최근 인도가 산업 각 분야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금융(핀테크)도 관심 대상이다. 지난 5년간 인도 핀테크 거래가 연평균 20% 이상 급성장세인 데다 투자도 크게 늘어 특히 작년엔 투자 280건, 조달금액이 80억 달러(10.6조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 수는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6686개, 기업가치 500억 달러(66조원)인 데다 유니콘 기업도 무려 24개여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핀테크 강국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인도가 단기간 핀테크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첫째, 인도 정부의 강력한 디지털 금융정책을 꼽는다. 2016년 11월 모디총리 화폐개혁을 계기로 구권화폐 폐기와 전자화폐 채택, 전 국민 모바일계좌 갖기(Jan Dhan Yojana) 정책, 인도 금융결제원(NPCI)의 통합 결제 인터페이스(UPI) 도입 등으로 4~5년 만에 최적의 핀테크 인프라가 구축됐다. 그 결과 모바일 가입자 수 12억명, 3억2000만개에 달하는 신규 계좌 개설, 핀테크 도입지수(어니스트 영 조사 기준)가 세계 톱인 87%(평균 64%)에 달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둘째, 인구의 평균 연령이 29세로 중국 39세, 우리나라 43세에 비해 대단히 젊다. 그만큼 모바일과 디지털에 익숙하단 이야기다. 이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핀테크가 급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게다가 인도 인구는 13억9000만명으로 거의 중국과 맞먹기 때문에 핀테크의 잠재시장은 중국보다 훨씬 크다는 시장 의견이다. 또 인도가 기본적으로 IT와 디지털에 강하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본래 수학의 '제로(0)'라는 개념을 인도 민족이 만들어서 그런지 구글 순다르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등 글로벌 IT기업 수장도 인도인이 많다.
어떤 분야가 활발한가. 초반 인도 핀테크는 인도 정부의 강력한 디지털 정책에 힘입은 모바일 간편결제 그리고 효율적 자산관리로 가성비를 제고한 웰스테크(Wealth Tech) 분야가 주도했다는 평가다. 간편결제로 'PhonePe' 'Paytm', 웰스테크 'Groww'가 대표적이고, 특히 Paytm은 일찌감치 2015년에 유니콘에 등극했고 기업가치는 150억달러(21조원)다.
그 후 코로나19 충격을 거치면서 급성장세를 보인 분야로 인슈어테크, 인터넷뱅크를 꼽는다. 인도의 보험침투율은 1.0%로 6~8%인 선진국 대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인슈어테크 잠재 성장성이 큰 셈이다. 2020년 7월 간편결제 강자인 Paytm의 보험사(Raheja QBE사) 인수를 계기로 M&A에 의한 몸집 불리기 경쟁이 본격화됐고 보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융합하면서 더욱 빠른 성장세다.
Digit과 Policy bazaar가 대표적이며 Digit은 기업가치 190억달러(26.6조원)의 유니콘이다.
인터넷은행도 글로벌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받는 분야다. 아직까진 인도 중앙은행(RBI)의 규제가 강해 인터넷은행 성장세가 빠르진 않지만 은행 침투율이 낮아서 결국 인터넷은행의 시장 확장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Niyo, OPEN, Razorpay 등 15개의 인터넷은행이 있고 그중 Razorpay는 유니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 최근 들어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BNPL), 레그테크 분야도 성장이 빨라지고 있다.
인도는 이미 스마트폰 보유 및 인터넷 사용인구가 세계 2위고 디지털·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가 8억명이다. 미래 핀테크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테크핀도 IT·디지털에 강해서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한국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의 적극적인 인도 진출, 인도업체와의 협력·제휴를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