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칼럼]성공에는 쉽고 빠른 길이 없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영원할 것 같던 파티가 끝나고 대부분 기업이 생존을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외부 투자자에 의존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 극소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오징어게임이 실제 세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기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 해도 사람들은 긴박감과 고도의 집중을 장기간 걸쳐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빠르고 쉬운 해결책을 찾게 된다.

과거 미국 할리-데이비슨은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며 위기를 맞게 되자 당시 유행하던 도요타의 품질 관리, 비용 절감 및 노사관계 등 경영기법을 회사에 적용했다. 앞서가는 기업의 강점을 배워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를 줄여 단기간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벤치마킹 전략을 쓴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70%에 육박하던 시장점유율은 28%까지 떨어졌고 주가는 폭락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자사 제품의 특성과 문화를 무시한 채 단순히 1등 기업이라는 이유로 자사와는 너무나 상이한 일본 기업문화, 행동방식 및 제품특성이 반영된 경영전략을 따라했다.

티나 실리그 스탠퍼드대 교수는 그녀의 저서 '인지니어스'에서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자마자 효율성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그곳으로 향하는 함정에 빠진다”며 '첫 번째 해결책의 함정'을 경고했다.

벤치마킹은 언뜻 보기에 굉장히 단순하고 쉽게 보이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국가나 지자체 등에서도 무분별하게 쓰인다. 불꽃놀이 축제가 대박 났다고 하면 금세 유사한 축제가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너무 쉽고 단순해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커다란 함정에 빠지고 조만간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착각을 갖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나 조직은 고유의 문화, 특성, 행동 양식이 있다. 자신의 DNA를 어떻게 발현시키느냐에 따라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겉으로 나타난 모습을 단순히 따라 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의 관점, 기준에 맞춰 해결하려는 잘못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과 관련 없는 엉뚱한 내용을 모방하고 적용하느라 귀중한 자원과 조직의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행히 할리-데이비슨은 일본 경영기법을 버리고 자사의 장점인 매니아를 활용한 새로운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다시 회복했다.

새로운 운동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골프를 할까, 테니스를 할까 그러다 우연히 균형 잡힌 우아한 몸을 가진 수영선수 사진을 보고 자신도 몇 달 후면 그러한 몸매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상상하며 기대에 부푼 채 수영을 하기로 결심한다.

열심히 수영을 했지만 좀처럼 몸에는 변화가 없다. 한참이 지난 후 문득 의문이 들었다. 수영 선수 몸은 숱한 연습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몸을 가진 사람이 수영선수가 된 게 아닐까.

아마추어 골퍼들이 신체조건이나 나이, 근력 등과 상관없이 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열심히 따라 하면 자신도 타이거 우즈와 같은 스윙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타고난 특성을 특정 활동의 결과로 인식하려는 심리적 편향을 '수영 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Swimmer's Body Illusion)'이라고 한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인지편향이다.

또 성공 비법을 찾기 위해 성공사례만 분석하고 실패사례는 철저하게 무시해서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는 심리적 오류를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비즈니스모델과 전략을 구사한 100개 기업 중 단 하나의 회사만 성공했다면 그 기업의 성공전략은 99개의 실패한 기업의 전략이 되는 것이다. 실패기업의 잘못되고 다양한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성공기업은 다행히 실패기업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안 일어났을 뿐이다. 그래서 실패사례를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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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두고 분석해야 한다. 성공사례는 '거시적 관점에서 따라야 하는 로드맵', 실패사례는 '미시적 관점에서 피해야 하는 함정'에 집중해서 분석해야 한다.

미국 철학자 에이브러햄 캐플런은 “사람들이 망치를 갖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고 했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 효율성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친숙함으로 만들어진 기준과 방식대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 개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고객의 커다란 행동 변화를 요구한다면 기능적, 심리적 장벽으로 인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존 구어빌 하버드대 교수는 이러한 실패를 '혁신의 저주(Curse Innovation)'라 했다. 혁신 기술, 제품, 서비스 90% 이상이 혁신의 저주에 빠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세계적인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했다고 하면 자신의 회사 상황과 관계없이 앞다퉈 수많은 '카피캣' 기업들이 등장한다. 벤치마킹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세컨드 무버' 전략이며 아무리 성공한 기업을 철저히 연구한다 해도 결국 생존자 편향에 빠져 실패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혁신에 성공해도 '혁신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성공에는 쉽고 빠른 길은 없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너무나도 유명한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패러디해서 기업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실패한 기업은 다 비슷한 이유로 실패하지만 성공한 기업은 각자 독특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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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