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자신문에 “NFT도 '크립토 윈터'…1월 고점 대비 거래량 97% 감소”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2021년을 강타했던 NFT 열풍은 버블이 아니었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NFT는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다. 정보, 이미지, 영상, 트윗부터 유형 자산까지 '고유성'이 있는 어떤 형태의 데이터도 'NFT화'할 수 있다. NFT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등장했다. 특히 쉽게 복제 가능해 '가치평가' 대상에 속하지 못하던 많은 디지털 파일이 NFT를 통해 재평가받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무명의 아티스트 '비플'이 그린 NFT 작품은 우리 돈으로 780억원에 팔리며 많은 크리에이터 창작욕을 자극했고, NFT 시장은 디지털 아트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NFT들은 고점 대비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거래량도 97% 줄어든 상황이다. NFT는 정말 거품이었을까.
결국 핵심은 NFT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대변하는 것들의 '가치'에 있다. 흔히 우리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은 '희소성'이나 '고유성'이 있지만 모든 '희소' '고유'한 것이 가치를 갖지는 않는다. 시장 초기 NFT가 보장해주는 희소성, 고유성, 원본성 등은 마치 모든 NFT에 '가치있음', 또는 '가치가 올라갈 예정임'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이다.
통상 기업가치나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시장에 존재하지만 NFT에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NFT 시장은 여전히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가치평가 역시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 정부에서 NFT를 '가상자산'으로 판단할지 뜸을 들이고 있는 것도 한몫하는 상황이다.
사실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의 등장으로 인한 투기적 기대감은 버블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미 있는 플레이어들을 초대하고, 다음 단계로 성장할 동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현재 NFT 시장도 마찬가지다.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진짜 '가치'를 가진 NFT가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했다.
NFT에 대한 적절한 가치평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가치가 있는 것을 NFT가 대변하게 하거나 NFT를 통해 가치 있는 것에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를 '유틸리티 NFT'(Utility NFT)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특정 와이너리의 NFT를 가지고 있으면 와인 우선 구매권한이나 할인을 받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와인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혜택을 받으며 접근할 수 있도록 NFT를 활용한 것이다. 보석 브랜드 '티파니' 역시 최근 신선한 시도를 했는데, NFT 최초 프로젝트인 크립토펑크 캐릭터를 실물 다이아 목걸이로 만들어 NFT 보유자에 한해 한정 판매한 것이다. 최초의 NFT라는 상징 외에 큰 사용가치를 갖지 못하던 크립토펑크에 티파니의 희소한 목걸이 컬렉션이라는 '가치'를 연결한 것이다.
또 다른 의미 있는 유틸리티 NFT 사례는 바로 한국조폐공사의 금 기반 NFT다. 조폐공사는 최근 금 NFT를 구매하면 향후 실물 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NF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제 유형의 금고에 실물 골드바를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NFT 형태, 즉 디지털로 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금값이 오르거나 실물 금으로 소장하고 싶을 때 편리하게 NFT를 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조폐공사는 아티스트가 금을 콘셉트로 작업한 NFT 작품에 일정 분량의 금을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향후 코인이나 토큰 가격이 하락해 NFT 자체 가격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가격변동이 크지 않은 금 덕분에 일정 이상 가치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른바 'Stable NFT'의 탄생이다.
NFT는 'valueless' 디지털 파일을 '가치평가' 영역으로 초대했다. 한 번 유행하고 사라지는 비즈니스 키워드나 거품이 아닌 어떤 '가치'를 NFT에 연결하고 NFT를 통해 어떤 추가적인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벤처투자금융 MBA 부주임교수·바이야드 대표이사hjpark@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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