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은 삼성 입사 31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 만이다.
이 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공채 32기로 입사해 총무그룹 부장을 맡았다. 초기 10년간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등 2000년도까지 학업을 병행했다.
2001년, 33세 나이에 경영기획팀 상무보를 시작으로 경영 일선에 합류했다. 이후 2004년 일본 소니와 합작한 LCD 패널 제조업체 S-LCD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상무보 승진 과정에서 참여연대와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등기이사로 선임되지 못했던 이 회장이 처음으로 등기이사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본격적인 경영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회장은 200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인간적으로나 회사 안에서나 사내 커리어 개발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지켜봐주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CES 출장 직후 전무로 승진하며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CCO)를 맡았다. 고 이건희 회장은 취임 20주년이었던 당시 COO 임명 배경에 대해 “고객, 실무기술자, 연구소 등을 더 깊이 알도록 훈련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 회장은 2009년 12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부사장으로 승진, 사장을 거쳐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2014년 부친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섰고 그룹 승계를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2016년 입사 25년 만에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등재됐지만 같은해 11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2017년 2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풀려난 뒤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 비전을 밝혔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 사실상 회장 역할을 맡으며 이재용 체제 시동을 걸었으나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작년 8월 가석방 후 형기가 종료된 뒤에도 5년 동안 취업 제한 규정 때문에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올해 8월에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모든 제한이 풀렸다.
사면 이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을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삼성생명 등 그룹 주요 계열사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하며 현장 행보를 본격화했다.
활발해진 행보에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회장 취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보다 빠른 27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올랐다. 동일인 지정 4년 만이자 2020년 10월 이 전 회장이 사망한 지 2년 만이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