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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연재해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풍과 홍수에 대응하는 물관리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벨기에 루뱅대학 재난역학연구센터(CRED)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실제 세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72%는 홍수와 태풍이다. 해외에서도 홍수·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재해 시 물관리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집중호우·댐 방류 등에 따른 침수를 사전에 대응하고 하천 관련 시설물 상황을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에는 댐·제방 등 하천 인프라 급격한 노후화로 기존 단순 계측 정보에서 나아가 데이터 기반 선제적 안전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태풍·홍수 등 자연재해에 따른 국민 수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활용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공동기획 :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수해 예방과 실시간 상황 확인을 위한 '디지털 트윈 유역 물관리 플랫폼 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물 관련 재해가 잦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매년 인명·재산 피해 등 사회·경제적 손실 급증에 따른 대처다.

NIA는 올해 1월부터 관련 법령 개정·시행으로 물관리 정책이 환경부로 일원화되며 댐·하천 유역 단위를 연계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여러 기관에 분산된 각종 물관리 데이터의 체계적 연계·통합을 통한 수해 선제 대응체계 구축 필요성을 제안했다.

기존에는 다목적댐과 주요 홍수조절댐 운영은 환경부, 하천관리는 국토교통부로 분산돼 있던 물관리 업무 전반을 환경부가 통합 수행하게 됐다. 그 결과 주요 댐뿐만 아니라 전국 하천의 기상, 댐 방류, 하천 시설물 상황 등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수요가 발생했다.

지난해 2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대한민국 데이터 119 프로젝트'와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 디지털 트윈 대규모 선도시장 창출을 위한 범부처 '디지털 트윈 활성화 전략' 주요 추진과제 차원에서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유역 물관리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게 됐다. 홍수 피해 경감을 위한 사업 기획과 범부처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안한 계획이 수용된 것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에 실제 사물의 물리적 특성을 동일 반영한 쌍둥이 모델을 만들고 실시간 동기화,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NIA가 제안한 대응체계는 모니터링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간을 절감하고 신뢰도를 향상, 물관리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 트윈 유역 물관리 플랫폼은 수자원 관리와 수해 피해 경감을 위해 디지털 트윈이라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유역 단위에 적용한 최초 사례다. 우선 2020년 대규모 홍수 피해를 겪은 섬진강 유역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했다.

홍수 피해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것은 결국 하천 제방, 사면 등 물 관련 인프라 안전성이다. NIA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를 사업자로 선정, 섬진강 유역 실증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로 제방과 사면 형상을 복원하는 전처리 모듈을 별도 개발했다. 대부분 제방은 도면 정보 취득이 어렵기 때문에 AI 기술을 활용했다.

AI가 생성한 제방 단면을 수치해석 기반으로 자동 분석, 제방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홍수기 댐·하천 유역 현장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직접 현장에 나가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우천 시나 위험지역 방문 등 여러 한계가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플랫폼에 AI 기반 CCTV 영상 분석 모듈을 탑재, 홍수 시에 사람이나 차량 등을 인식하고 위험 상황을 조기에 감지해 위험을 알리는 경보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강우 10㎜/h와 강풍 10m/s 조건에서도 비행할 수 있는 무인 자동화 드론을 개발해 홍수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위험 상황 감지 시에 대피를 안내하도록 했다.

'디지털 트윈 유역 물관리 플랫폼' 전반 고정밀 3D 시각화는 국내 유일하게 독자 기술로 개발한 공간정보(GIS) 3D 가시화 엔진(XDWorld)을 하천에 맞게 최적 개선해 구현했다. 홍수기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무인 자동화 국산 드론과 드론 스테이션은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성과를 반영해 개발했다.

K-water에서 자체 개발한 강우 유출 'K-드럼', 하천수위 'K-리버', 하천범람 'K-플러드' 등 소프트웨어 3종과 국내 AI 전문기업 솔루션 연계를 통해 개발된 홍수 시뮬레이션은 홍수 분석 시간을 20% 이상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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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기술 주도 선도 모델 제시는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향후 국내 기술 경쟁력 강화와 디지털 트윈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AI 모형 개선과 고도화를 통해 홍수위 예측 시간 90% 이상 단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ICT기금 사업으로 추진된 디지털 트윈 유역 물관리 플랫폼 사업은 국가 인프라를 대상으로 공공부문 정책 지원과 민간 기술이 디지털 트윈으로 혁신, 국가 ICT 경쟁력을 보여주고 국민 안전 사회를 실현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댐과 하천을 하나의 시스템(One-System)으로 연계해 홍수에 대응하는 유역 물관리 플랫폼은 짧은 시간 내 다양한 요소기술들을 융합하는 모델로서 도전적 프로젝트였다.

물관리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며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환경부, 국토부, NIA, K-Water, 국토지리정보원 등 관련 부처·기관의 부지런한 소통과 경계 없는 협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NIA의 선도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환경부는 올해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했고 추후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 전국 5대강 유역으로 물관리 플랫폼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담기관인 NIA는 시범사업을 통해 구축한 플랫폼 서비스 운영 성과를 지속 점검·관리하고 추후 추진되는 본사업 성과 확산을 위한 과정에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 트윈 전문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