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전략물자' 모르는 SW 수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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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물자를 몰랐다가 불법수출 기업으로 낙인이 찍혀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넓은 바다에 혼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출 500억원 소프트웨어(SW) 기업 수출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SW 수출 기업이 호소한 전략물자 대응 지원 관련 예산이 전액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SW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략물자는 국제평화와 유지,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정부에 의해 수출이 통제되는 물품·SW·기술이다. 대외무역법에 근거해 SW 수출 때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위반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물품 등 가격의 5배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SW는 대부분 전략물자다.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5년 동안 전략물자 전문 판정 1만9630건 가운데 52%가 SW 분야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SW기업이 허다하다. 전략물자 제도 해석도 쉽지 않다. 전략물자 허가를 위한 절차가 복잡해 법무팀 없이 대응하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대부분의 SW기업이 전략물자 불법수출 단속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소스 등 SW 분야에 특화된 기술의 경우 전략물자 대상 예외 등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당장은 어려운 현실이다. SW전략물자제도를 제대로 알리고 대응을 돕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W전략물자 수출지원을 내년도 SW 해외 진출 지원 핵심 사업으로 손꼽은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SW전략물자 수출지원 예산을 SW기업 대상 정기설명회 등 제도 인식 확산에 쓰고 SW 수출 시 전략물자 여부 판정제도, 수출신고 제도, 행정절차 관련 교육·컨설팅을 추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물거품이 됐다. 해외 사정은 어떨까. 글로벌 SW기업은 자사 제품의 전략물자 해당 여부와 제도 준수 방침까지 대외적으로 공개할 정도로 전략물자 제도에 대한 인식과 대응력이 높다.

우리 SW기업의 수출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기술경쟁력은 낮다. 2만8242개 전체 SW기업 가운데 수출기업 비중이 여전히 3%가 채 안 된다. 이마저도 게임SW가 포함된 수치다. SW기업 생태계의 활로는 내수가 아니라 글로벌에 있다. SW산업은 과거 전산화와 정보화 트렌드를 거쳐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경제단체 현장 첫 행보로 한국무역협회를 찾아 “정부는 물류를 위한 하드웨어(HW) 구축에도 재정 투자와 많은 지원을 해야 하지만 청년 무역인을 키워 나가는 SW를 만들어 내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SW 수출 걸림돌 제거에 관심을 기울여서 적극 지원하길 바란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