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관심을 받는 이슈가 터지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 관련 입법을 요구한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익숙한 모습이 연출됐다. 정무위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카카오, 나아가 플랫폼 산업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야당 의원이 “대통령이 말씀을 잘하셨다”고 칭찬할 정도로 여야 간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산업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규제 방향도 이정표 앞에 섰다.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 이전에도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은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서 촉발됐다. 네이버가 IT기업의 지배구조 규제에 한 획을 그었다면 카카오는 사업 확장 규제에 영감(?)을 제공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하던 공정위는 이번 정부에서는 자율 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자율규제와는 별개로 인수합병(M&A) 심사 기준과 독과점에 대한 심사 지침은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우면서 심사 지침 제정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카카오 사태는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논의를 환기시켰다. 데이터센터 화재 불똥이 플랫폼의 독과점으로 옮겨 붙으면서 관련 규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카카오 서비스가 이렇게까지 일상에 들어와 있었던 것은 독과점 플랫폼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은 일부 공감한다. 거대 플랫폼은 일상생활 전반에 녹아들어 있고, 의도와 관계없이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공정위가 자사 우대, 멀티호밍 방해 등 경쟁을 방해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를 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플랫폼 규제에서 신중해야 할 부분도 많다. 자칫 국내 플랫폼의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일각에서는 사태 전면에 카카오가 내세워지면서 사태의 본질인 재난 시 대응 방안 수립, 재발 방지엔 소홀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문제는 자율 규제를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다만 국회에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법제화하는 경우는 협조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물론 국회 입법권은 존중돼야 하며, 의원을 앞에 두고 입법이 되더라도 반대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공정위가 정치권 논의에 휘둘리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점은 안타깝다. 시장 경쟁을 주창함과 동시에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지점을 찾기 위한 숙고가 필요한 때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