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후폭풍]유통업계, 카카오 '불신'…시스템 내재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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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는 이번 카카오 장애 사태를 계기로 외부 서비스 의존을 줄이고 핵심 기능을 내재화하는데 속도를 낸다.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이와 연동된 쇼핑몰의 로그인, 결제, 알림 기능도 마비됐다. 이러한 리스크를 분산하고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도 자체 인프라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주요 e커머스와 홈쇼핑사들은 지난 15일 발생한 카카오 장애로 결제와 주문, 고객응대(CS) 등 서비스 전반에 걸쳐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홈쇼핑은 고객 알림톡이 먹통이 되면서 장문메시지서비스(LMS)로 대체 발송했다. 카카오페이를 도입한 온라인몰은 고객이 결제에 불편을 겪었고, 챗봇 상담 등의 서비스 기능도 전화·문자로 대체해야 했다.

유통사들은 카카오가 제공하는 기업용 오픈 응용프로그래밍개발환경(API)을 이용해왔다. 카카오싱크와 카카오톡 채널 고객관리, 카카오페이, 푸시알림 API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싱크는 간편가입 기능과 타깃 마케팅 도구까지 제공한다. 카카오 알림톡을 활용하면 별도의 메시지 큐 서버 및 전송 서버를 구축하지 않고도 서비스에서 푸시 알림을 활용할 수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편의성과 효율 덕분에 별도 시스템 구축 대신 카카오 API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비스 안정성과 사업 고도화 측면에서 외부에 맡겨온 시스템 업무 전반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방침”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사태에서도 자체 시스템을 마련한 일부 기업들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롯데온과 SSG닷컴, GS리테일 등은 로그인과 결제수단 등을 이미 자체적으로 갖춰 놓은 만큼 카카오 오류로 인한 서비스 차질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카카오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결제 서비스 및 주문 알림톡에 일부 문제가 있어 LMS로 대체했으나, 피해 비용이 100만원대로 크지 않아 별도 보상 청구는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도 “상담톡은 유선으로 대체하고 알림톡도 문자로 대체해 큰 혼란은 없었다. 고객 클레임도 미미해 보상 청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소상공인 쇼핑몰의 경우 대체 시스템없이 서비스 기능 전반을 카카오 오픈 API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번 먹통 피해에 대한 보상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쇼핑몰 창업 솔루션 메이크샵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제외한 카카오싱크, 알림톡, 로그인에서 플랫폼 운영에 장애가 발생했다”면서 “카카오 측에 피해 보상을 청구할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