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지난 1970∼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이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1947~1949년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 약 680만명의 정년퇴직(60세)이 본격화된 2007년부터 고령화를 사회문제로 인식했다. 그 대안으로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과 같은 '개호보험'을 지난 2000년 시작했다. 노인들이 살던 동네에서 그대로 지내면서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받는 '지역 포괄케어'를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는 일본보다 약 2.5배 많은 1700만명이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던 1958년생이 올해 65세로 은퇴 막바지에 섰다. 앞으로 전체 노인 의료비는 2015년 22조2000억원에서 2025년 58조원으로 증가, 전체 의료비에서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75세 후기 고령층에 진입하는 시기인 2030년에는 9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발의 혜택을 누리고 살던 베이비붐 세대는 높은 생활 수준 유지와 함께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크다. 보건·복지·의료 부문에 투입되는 경제 자원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중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재활·복지 산업 전시회 '레하케어 2022'에 참석한 길에 '카리타스 요양원'을 방문했다. 놀란 점은 치과의사가 매주 방문해서 어르신들의 구강을 검진하고 구강 상태에 대한 기록과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방문해 진료하는 '왕진'이 1년에 1100만여건 이뤄진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기준 75~85세 미만 노인 가운데 80세에 20개 이상의 치아가 있는 사람 비율은 38%로 지난 2005년에 조사된 24% 대비 12%포인트(P) 증가했다.
어르신들은 고혈압, 당뇨, 치매 등 전신 질환으로 말미암아 구강 조직이 약화하는 경우가 많다. 또 노화로 인한 타액 분비 감소로 발생하는 구강 건조증, 충치, 미각 변화, 느린 상처 회복, 골다공증으로 말미암은 치조골 흡수, 구강 작열감, 통증 등 치과 관련 질환을 앓는다. 특히 치주염은 잇몸에서 피가 나고 이가 흔들리다 결국에는 빠지는 대표적인 노인성 생활 습관병이다.
치과 질환의 80~90%는 일상에서 제대로 된 구강 관리로 예방이 가능하다. 구강 관리의 기본은 양치질이며, 치아의 모든 면에 남아 있는 플라크를 제거하고 구강 내 점막까지 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어르신들이 양치질을 소홀히 여기거나 거동이 불편해서 스스로 제대로 된 양치질을 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구강 관리에 대한 제도적 준비는 미흡해 보인다. 노인 요양 시설의 경우 종사자에 대한 구강 관리 교육이나 어르신들의 구강 상태 검진·기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의 경우 방문 간호 항목 가운데 '구강위생'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 수행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나 제도를 결정할 때는 경제성 분석이 중요하다. 국민의료비 지출이 크다 해서 평균 수명 등 의료 수준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미국은 경제총생산(GDP)의 약 17.2%를 보건 의료에 투입하면서 국민건강 수준은 OECD 선진국 가운데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일본은 보건의료 예산이 GDP의 약 10.9%에 불과하지만 국민건강 수준은 최상위권이다. 즉 예산 낭비 없이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정책을 결정하는 판단 근거가 돼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고령화에 대비해 노인 등 신체 취약자에 적합한 구강 관리 보조용품 연구개발(R&D)과 보급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빠르게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의 노인 구강 관리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정 에스엠디솔루션 대표 dentane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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