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규제 개선과 신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홈쇼핑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기 힘든 만큼, 규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자율 규제와 광고기반 무료스트리밍(FAST) 모델 개발 등 신사업 확장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학회는 17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홈쇼핑 규제 개선과 산업 발전' 토론회를 열었다. 발표를 맡은 유병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 영업이익이 19.1% 줄었음에도 송출수수료는 8.1% 늘었다”면서 “TV 매체 효익은 줄어드는데 송출료는 치솟으면서 홈쇼핑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부의 판매수수료율 정책과 방송심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정부는 홈쇼핑사업자의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판매수수료율 인하 계획을 부관(법률행위의 효력을 제한하기 위한 약관)에 담고 있다”면서 “이는 개별 납품사와 계약을 정부가 사실상 통제하는 부당한 규제”라고 말했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도 “재승인 과정에서 부관 등의 방식보다 법률에 근거를 마련해 책임·의무를 부과해야 공정성과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규제 형평성 제고를 위해 TV홈쇼핑과 경쟁에 놓인 e커머스와 T커머스, 라이브커머스를 아우를 수 있는 표준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홈쇼핑 기반으로 성장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하지 않으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현재 중기 편성비중 범위에 중견기업을 포함시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엄격한 홈쇼핑 방송 제재도 자율규제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정혜 연세대학교 교수는 “과거에 비해 과장광고를 구분할 수 있는 소비자의 콘텐츠 분별력(CQ)이 높아진 만큼 관련 정책도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홈쇼핑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유통 규제 개선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적 시도와 고객층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홈쇼핑 방송 콘텐츠를 숏폼 형태로 가공해 FAST 광고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FAST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광고(AD)를 보는 대신에 무료로 볼 수 있는 실시간 채널 서비스다. 넷플릭스가 추진 중인 광고요금제와 연동해 홈쇼핑 광고를 노출하는 등 송출료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도 TV홈쇼핑에 적합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몰입형 기술 도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능동적 소비자인 MZ세대 공략을 위해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는 등 홈쇼핑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 마련도 주문했다.
정연승 한국경영학회 정책위원장은 “이 같은 노력도 TV홈쇼핑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계속되는 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재승인 과정에서 사실상 강제되는 판매수수료율, 기업 편성비중 등에 대해 사업자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규제 개선이 가장 중요한 미래 대비책”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