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을 졸업해야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는 공식을 깨고 싶었습니다. 고피자는 푸드테크를 하면서 음식을 가장 많이 파는 글로벌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2017년 임재원 대표가 설립한 고피자는 빠르고 간편한 1인용 화덕 피자를 제작하는 업체다. 2018년 대치동에 1호점을 낸 후 국내외 총 13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임 대표가 피자 시장에 주목한 것은 기회 요소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피자는 친근한 음식이지만 가격이나 소비 방식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다”며 “5000원대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피자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립 5년 만에 싱가포르·인도·홍콩·인도네시아 등 해외 4개국에 진출한 점이 눈에 띈다. 기업가치 제고와 현지화를 위해 홍콩을 제외한 3개국에는 현지 법인을 세워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제 황금기에 위치한 국가에 일찍 진출하지 않으면 늦다고 판단했다”며 “글로벌 브랜드나 로컬 브랜드가 자리 잡기 전에 해외에서 노하우를 쌓는 것이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성과도 내고 있다. 싱가포르 매장은 점포 당 매출이 국내 매장 2배 수준까지 올랐다. 3년 전 진출한 인도 법인도 올해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는 “인도의 경우 미국 다음으로 큰 피자 시장”이라며 “도미노 피자에 이어서 현지 2위 브랜드가 되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강조했다.
올해 목표 매출액 350억원 중 해외 시장 매출액은 1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을 늘려 성장세에 가속을 내겠다는 계산이다. 국내에서는 영화관, 경기장 등 '숍인숍(Shop in shop)' 형태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고피자는 푸드테크를 외식산업에 접목한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자동으로 회전하며 온도를 측정·조절하는 피자 화덕 '고븐'과 70~80% 미리 구워 급속 냉동한 '파베이크' 피자 도우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이 피자 토핑 양과 형태를 측정하는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 협동 로봇 '고봇플러스'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임 대표는 푸드테크에 대한 맹목적 과신을 우려했다. 그는 “1시간에 300판을 생산할 수 있어도 판매하지 못하면 외식업은 의미가 없다”며 “외식업 매장에서 푸드테크 비중은 20~30%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만화 '슬램덩크' 명대사를 인용해 “테크는 거들 뿐, 기술이 외식 매장의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잠재성을 인정 받아 투자 유치 상황도 성공적이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220억원으로 이달 중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그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내년도 신규 국가 진출, 매장 수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며 “국내 외식 산업에 새로운 방정식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