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35>내일 올 조류(潮流)를 기다리며

비즈니스와 경제. 언뜻 생각하면 기업과 경제 이 두 영역만큼 가까운 것도 없어 보인다. 사실 이 두 관점의 관심은 사뭇 다르다. 그러나 경영 관점에서 시장과 경제의 작동원리를 다루다 보면 이들의 교차점은 쉽게 찾아진다.

물론 여기엔 원리가 어디에 또 어떻게 적용될 수 있고, 일견 무관해 보이는 성공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원리 위에 세워졌음을 보임으로써 고개를 끄덕이게 해 주는 해설가 한 명이 필요하다.

기업의 성공이 모두 창의성에서 오는 건 아니다. 더 나은 제품, 더 저렴하고 편리한 제품은 분명 성공의 원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도약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만으로 모든 성장을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는 대학자의 조언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혁신, 특히 성공한 혁신은 제한된 상황에서 주어지는 혁신 기회로부터 온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은 인구구조, 소비취향, 기술변화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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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970년부터 30년 동안의 가계소득분포란 걸 한번 살펴보자. 대개의 예상과 달리 소득분포는 균형 잡힌 종 모양을 하고 있지 않다. 대개 저소득층엔 몰려 있는 반면에 상위소득으로 갈수록 규모는 줄어들고, 고소득층에선 긴 꼬리 형태를 띤다. 미국에선 30년 사이 이것에 큰 변화가 생긴다. 우선 중상위 소득층이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다. 상위소득 꼬리도 두꺼워지며, 한편으로 더 길게 확장된다.

소비 지출에도 흥미로운 변화가 보인다. 역사상 혁신이 가장 많은 일던 이 기간에 많은 상위 소득계층의 소비지출 비중은 오히려 떨어진다. 즉 상위 소득분위의 지출이 소득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일견 아무 단서가 없어 보이는 이것을 놓고 누군가 두 가지 주장을 한다. 하나는 이런 거시 데이터의 전시회를 힐끗 보는 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기업을 위해 테이블 위에 남겨져 있는 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둘은 “기업들이여, 당신들이 얼마나 무능한지 알기 바랍니다!”는 탄식이었다.

당신이 누군가의 식견에 기대고 싶다면 드러커 만한 선택이 있겠는가. 그는 이런 변화에 대해 무척이나 흥미로운 설명을 한다. “20년 후 시장에 참여할 고객들은 이미 태어나 있는 셈이잖아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영국 런던 남부의, 한때 인기 있던 브라이턴(Brighton)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세대는 저물고 있다며 그다운 묘사를 남겼다.

지난해 어느 기업의 신차가 대성공했다. 그전까지 한 해 10만대 안팎이 팔리고 외제차가 주도하던 세그먼트에서 이 차종 하나로 약 6만대를 팔았다. 30%대이던 시장점유율은 40%를 가볍게 넘겼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건 제품 그 자체다. 외관도 외관이지만 차 문을 열어 보는 것으로 많은 설명의 필요성이 없어진다.

그러나 학자에게는 의문이 하나 생긴다. 과연 이런 성공을 멋진 제품이란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성공을 앞두고 괜한 호기심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원인이 있다면, 더욱이 이 같은 성공을 다른 기업의 차지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망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결과는 이런 성공을 반복하는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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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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