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를 둘러싼 논쟁 역사가 재현되고 있다. 법인세율을 상향 또는 하향하려 할 때마다 세제 완화로 말미암은 투자·고용 증가와 부자 감세 논란이 부딪친다. 법인세 상향 또는 하향 논쟁은 늘 프레임 싸움이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법인세율 인하 계획을 공개한 후부터 실효성 논란과 대기업에 대한 부자 감세라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양쪽 주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새로운 논리가 등장하긴 어렵고, 데자뷔 같은 논쟁이 반복된다.
법인세 인하로 인한 효과는 시기·산업·세제 외 외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조건에서 세율 인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는지는 학자의 영역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법인세 조세 부담이 최종적으로는 근로자에게도 귀착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노동집약적 서비스 산업일수록 법인세가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명확했다. 그러나 법인세가 고용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논쟁 과정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법인세 감세가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이 과연 옳은가이다. KDI도 “법인세 인하가 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정치적 구호”라고 비판했다. 법인은 다양한 경제 주체의 결합체이며, 소득을 창출해서 배분하는 도관이라고 표현된다. 법인세는 여러 세목 가운데 경제적 비효율성이 가장 크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법인에 과세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 측면이 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임금 지불과 배당 후 남는 돈은 투자 및 고용에 사용되며, 이렇게 쓰인 자금은 최종적으로 누군가의 소득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을 모두 따라가기보다는 법인에 세금을 물려서 행정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대기업 감세를 부자 감세로 보는 것은 법인과 개인을 동일시하는 오류에서 비롯된다. 고소득자에 높은 세율을 매겨서 소득재분배 효과를 노리는 것처럼 대기업에는 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것도 법인과 개인을 동일시하는 관점에서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기업의 대주주를 동일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삼성전자 감세를 이재용 부회장 감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업에는 그 안에서 근무하며 가치를 창출하고 임금을 받아 가는 근로자가 있고, 수많은 주주가 있다. '대기업=부자'라는 공식을 사용하기에는 관련된 경제 주체가 많다. 코로나19 터널을 지나왔지만 경제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물가는 여전히 높고, 환율도 불안하다.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는 늘어만 간다. 위기 속에서 정부는 기업에 있는 불확실성과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는 게 맞다. 건설적인 논쟁은 필요하지만 정치 프레임 싸움은 지양해야 할 때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