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들어서만 누적 판매 10만대를 넘어서며 질주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개선과 구매 보조금 혜택에 경쟁력 있는 신형 전기차 출시로 소비자 선택 폭이 확대된 결과다. 주목할 것은 배출가스 규제 등 내연기관차 환경 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불편하다는 편견이 깨지면서 신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의 구매 리스트에 포함되는 추세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인식 전환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소비자 2명 가운데 1명은 2030년 이전 가솔린과 디젤 차량 판매 금지에 찬성했다.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한 입법 필요성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다. 폴스타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북미, 유럽 등 세계 19개 시장 1만8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에 34%가 찬성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의 찬성 비율은 48%로 전체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전동화에 대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뒤를 이어 영국(44%), 싱가포르(42%), 독일(37%), 중국(35%), 미국(33%), 스웨덴(32%)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자 4명 가운데 3명은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와 환경을 보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 전체 소비 방향성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 6월 유럽 환경장관 이사회는 오는 2035년까지 유럽 시장에 나올 신차들이 배출가스 제로 차량이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등 실제 입법 체계도 마련되고 있다.
전 세계 차량 가운데 전기차 점유율은 아직 1.5%에 불과하다. 내연기관차에 대한 금지 조치가 더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운전자가 전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강력한 정책을 통해 인프라와 전기 가격 문제를 주도해야 한다. 제조사도 정책 변화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한발 앞선 전략으로 능동적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한국은 민·관이 함께 배터리와 전기차 등 미래차 산업을 꾸준히 먹거리로 육성해 왔다. 내연기관차 금지와 전기차 전환에 대해서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계가 부러워할 유무형의 자산이자 전기차 선도국가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다.
정부는 내년 승용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500만원으로 100만원 줄이고 지급 대상을 21만5000대로 올해보다 5만대 늘리기로 했지만 시장에서는 올해와 같은 수요 증가 추세라면 매우 부족한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보급 속도를 더 앞당겨야 한다. 안정적 내수 기반이 밑바탕이 된다면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세계 전기차 시장 변수에도 우리는 더 능동적이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