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늑장 대응했다는 지적에 대해 독일·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최근 불거진 태양광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내부 제도를 점검하겠고 했다. 반도체 단지 인프라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장관은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IRA) 근본적 대책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행정부, 백악관을 통해 법 개정 노력을 하고 있고, 의회 아웃리치, 여론을 통해서도 법 개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IRA 대응이 늦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일본,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를 보면 인지와 대응 시기 등에서 우리가 앞서고 있다”면서 “통상 당국에서는 가장 빠르고 높은 강도로 (IRA에)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 산업위 위원은 유럽판 IRA로 불리는 유럽연합 핵심광물법(RMA) 제정에 대한 대응도 주문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MA에 대해 “초안이 작성되기 전이라면 초안에 우리 입장이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RMA는 초안이 공개되지 않았고 제안된 정도”라면서 “법안 내용에 접근하기 위해 통상, 외교 조직에서 '워치(Watch)'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위 위원은 최근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태양광 등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실태조사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태양광 비리는 산업부도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중 무려 17%가 위반한 것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번 태양광 관련 지원 비리와 관련해 국조실 포함 수사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산업부나 에너지공단에서 조치를 잘못했거나 누락 은폐한 것이 없는지 내부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새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원전 정책이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전 조기폐쇄로 인한 비용 보전 문제에 대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인한 전력기금 비용보전 문제가 발생해 국민에게 상당한 부담”이라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6~2027년이면 유럽이 탄소국경 조정세를 도입하고, 세계 빅테크 기업은 RE100 참여를 확산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국제표준으로 작용하는 에너지전환에 발 맞춰가지 않으면 한국 산업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이격거리와 입지규제 개선, 유휴부지 발굴, 출력제어 용량요금(CP) 제도 확대 등을 주문했다.
이 장관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자체에서 다양하게 운영하는 (태양광) 이격거리에 대해서 규제 합리화 차원에서 용역을 하고 있다”면서 “용역결과가 나오면 의견을 수렴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풍력발전 사업자의 풍황데이터 '알박기' 및 거래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지 선점 알박기 사업자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해보겠다”면서 “풍황데이터 거래 실태조사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 단지 인프라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된데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제 반도체 기술경쟁에 우리 기업이 경쟁해나가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에서 예산 확보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