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점령지를 포기하고 우크라이나를 중립국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해 도마에 올랐다.
3일(현지시간) CNBC, 로이터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최근 강제 병합을 선언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등 4개 지역에서 유엔(UN) 주도하에 주민 투표를 다시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재투표 찬반투표를 해달라고 독려했다. 그는 “투표 결과가 주민들의 뜻이라면 러시아는 (점령지에서)철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3일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4개 지역에서 닷새간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이 지역에 대한 합병을 선언하고 러시아로 편입했다. 이에 서방은 투표가 불법적이고 강압적으로 실시됐다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전격 점령한 뒤 주민투표를 거쳐 병합 선언한 크림반도(크름반도)가 1783년부터 러시아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 포기하고 물 공급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중립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유럽연합(EU) 가입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등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에 “머스크가 입을 다물어야 된다고 생각하나? 네”는 등 네티즌들의 맹비난이 쏟아졌지만 머스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돈바스와 크림반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표를 받자면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포기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부분적인 동원을 감행해 양측에 파괴적인 죽음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에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머스크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머스크 가운데 당신은 어떤 @일론 머스크를 더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을 올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온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의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도 비판에 가세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친애하는 머스크 씨, 누군가가 당신의 테슬라 바퀴를 훔치려 할 때 양측이 투표로 그 행위를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훔치려는 사람이 그 차량이나 바퀴의 합법적인 소유자가 될 수는 없다"는 트윗했다.
퇴임하는 안드리이 멜니크 독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트윗에 "머스크 당신에 대한 내 외교적인 반응은 '꺼져버리라는 것'"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한편, 머스크는 러시아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스타링크’를 적극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이날 밝힌 중재안은 우크라이나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거센 반발을 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