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권익 신장 취지 공감하나
적자 봐도 손배 않는 관행도 봐야
형평원칙 위배·이중지급 우려도
감독·작가 등 특정 창작자에 추가 보상청구권을 보장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등이 일제히 반발했다.
개정안이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다 IP에 대한 이중 지불 문제를 야기하고 감독·작가 이외 영상제작물 창작에 참여하는 권리자와 형평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다. 영상물 유통 활성화 저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PP·OTT업계·지상파방송·종편 모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이 창작자 지식재산(IP)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두 개정안은 연출·각본 등 영상물 저작자가 제작사 등 타인에게 IP를 양도한 경우에도 콘텐츠를 최종 제공하는 방송사·극장·OTT 등을 대상으로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상대적 약자인 감독·작가의 협상력과 정보 부족으로 저작권 계약이 항상 불평등한 관계에서 체결되고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한다.
업계는 개정안을 일부 창작자 주장을 수용한 불평등한 법률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두 개정안 모두 사적 자치에 의한 계약 자유원칙을 침해하고 저작물 권리자·이용자 간 균형발전 저해, 감독·작가만 보상청구권을 갖는 형평원칙 위배, 부당한 이중지급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방송영상콘텐츠 IP 계약은 적정 보상금을 산정하고 성공보수 여부를 명시하는 등 이용자·권리자 양측 상호 합의를 기반으로 체결된다. 현재 저작권법은 특례규정으로 영상저작물 제작 관계자 간 권리관계를 적절히 규율하고 원활한 이용과 유통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 방송사가 영화 방영권을 10억원에 구매해 편성한 뒤 방송광고 수익이 구매금액에 못 미쳐 적자를 보더라도 해당 영화 감독·극본가가 방송사를 상대로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불합리한 법이라는 게 업계 인식이다.
보상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지면 방송사와 OTT는 방송영상콘텐츠 구매 계약 시 고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보고 있다. 제작사와 구매비용 갈등이 확산되면 오히려 창작자에 돌아갈 몫이 줄어들고, 원활한 공급 협의가 어려워지면 영상물 유통이 억제될 가능성도 크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저작권자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개정안 취지는 동의하지만 제작단계에서 협의를 통해 충분한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감독·작가에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묻지 않는 계약관행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개정안 통과 이후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통해 보상청구권 행사 요건 등 세부내용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와 학계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담을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지식재산학계 관계자는 “저작권법은 창작자 보호는 물론, 저작물 이용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목적성이 있다”며 “계약에 따라 IP 소유가 정해지고 이익을 분배하는 시장경제 원리가 문제 없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원활한 계약을 방해하고 불분명한 기준으로 특정 창작자 권리만 추가로 보장하는 것은 저작권법과 민법상 사적자치 원칙,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이 개정안 제안 근거로 제시한 해외 사례도 오류가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유럽연합(EU)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 보상원칙은 저작권자가 권리를 양도할 경우 적절하고 비례적 보상을 받도록 규정한 것으로 추가 보상을 의미하지 않고, 추가로 공정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는 최종 제공자가 아닌 기존 제작 계약 상대방이나 IP 양수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