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국책은행 초기자금 출자
운용사로 미래에셋·유안타 선정
민간자본 과반 유입해 투자 물꼬
자금난 기업 후기임상 진행 도와
국산 신약·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5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이 첫 삽을 떴다. 자금 여력이 없어 후기임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 투자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벤처투자는 'K-바이오백신 펀드'를 결성하고 운용사로 미래에셋벤처투자(미래에셋캐피탈 공동운용)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2곳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각 운용사는 2500억원씩 총 5000억원을 조성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예산 500억원과 기존 펀드 회수금 500억원을,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에서 총 1000억원을 출자한다. 미래에셋벤처투자과 미래에셋캐피탈은 250억원,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2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 투자자 모집을 통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K-바이오백신 펀드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수준 혁신 신약 개발 사례를 만들고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는데 활용된다. 특히 조성금액 60% 이상을 신약·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기업에 투입하고 전체 15% 이상을 백신 분야 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펀드 조성으로 신약·백신 임상시험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이나 백신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 3상은 통상 글로벌 대상 시험에 약 3000억원, 국내 대상 시험에 약 1000억원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그동안 신약·백신 후보물질을 가진 기업들이 대규모 임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지식재산권을 글로벌 기업으로 넘기는 사례가 잦았다.
이번 펀드 조성은 정부 주도로 신약·백신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물꼬를 튼 의미도 크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에 따라 각국 정부는 민간기업 임상 3상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지 못한다. 민간자본이 절반 이상 참여하는 펀드 조성으로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와 비교했을 때 펀드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호주는 정부 주도 펀드 MRFF를 통해 17조원 자금을 의료·바이오테크 부문 연구개발(R&D)에 투자 중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는 20조원 규모 펀드를 바이오 임상 3상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1조원 이상 규모로 정부 주도 펀드를 운영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준 보건복지부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장은 “K-바이오 백신 펀드를 통해 유망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 제약사가 적기에 투자를 받아 신약 개발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보건복지부에서도 펀드의 조속한 결성과 투자가 시작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며 향후 1조원까지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