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환율', 경제지표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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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환율이 경제를 집어삼키고 있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무역수지 등 실물경제마저 환율 흐름이 좌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환율 상승 속도와 강도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년 6개월 만에 1430원을 돌파했다. 하루 새 22원이나 급등했다. 환율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올해 1월만 해도 환율이 1200원 수준에 머물렀는데 지난달 1347.5원으로 급등했다. 다시 1개월도 안 돼 1430원을 돌파한 것이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상승률은 1월 7.9%에서 8월 15.7%로 2배 이상 커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4.2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6일 마감가(1431.3원)와 2.9원 차이에 불과하다.

이번 '강달러'가 주요국 통화 전반의 약세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당분간은 달러가 약세를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3대까지 치솟았다.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급격한 환율 상승이 주식시장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올해 2980대로 시작한 코스피는 약 9개월 만에 26%나 떨어졌다. 연초 대비 주가가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1037.83포인트(P)로 출발한 코스닥도 같은 기간 33% 이상 급락하면서 코로나19 이후 2년여 만에 700선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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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물가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은 다음 달을 물가 정점으로 보고 이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환율 급등으로 물가 정점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도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올해 남은 2번의 금융통화위원회(10월, 11월) 0.25%포인트(P)씩 인상에서 최소 1번 이상은 0.5%P 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6일 국회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서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추가적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는 상당 기간 5~6%대가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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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로 인해 실물경제도 쪼그라들고 있다. 대표 지표인 서울 아파트 매수가 현저히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80.2)보다 더 떨어진 79.5를 기록하며 지수 80선이 무너졌다. 2019년 6월 넷째주(78.7)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무역수지가 '역대급'으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92억1300만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1996년(206억2400만달러)보다 심화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 교역의 풍향계'라는 한국이 이달 첫 20일 동안 수출이 8.7% 감소했다”면서 “세계 각국의 구매력이 약해지면서 반도체 등 전자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건전성 지표 가운데 하나인 경상수지도 위태로운 모습이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247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417억6000만달러) 대비 약 40%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하반기 경상수지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경상수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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