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코리아 R&D 현장을 가다]<4>롯데케미칼, 재활용 PET까지 국내 1위 수성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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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울산 2공장 BHET 투입 설비. [사진= 류태웅 기자]

“하루에 페트(PET) 펠릿(Pellet)을 320톤 규모로 약 3주간 시생산할 계획입니다.”

이달 중순 방문한 롯데케미칼 울산 2공장에서는 약 3㎜로 잘게 조각난 흰 PET 펠릿이 중간에 'CR PET'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포장백을 잇달아 채울 만큼 생산되고 있었다.

CR PET은 화학적 재활용을 거친 PET라는 의미다. 이를 뜻하는 'C-rPET(Chemical Recycled PET)'을 축약해 표기한 것이다. C-rPET은 폐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해중합)해 원료 상태인 단량체(BHET)로 되돌린 후 고도화된 분리·정제 과정을 거쳐 기존 PET와 동일한 품질로 생산된 PET다. CR PET에 담긴 PET 펠릿은 C-rPET 완제품화를 위한 최종 원료인 셈이다. 생산된 PET 펠릿은 향후 수요처로 보내져 완제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해중합 설비와 재중합 설비가 필요하다. 롯데케미칼은 자체 기술력을 통해 기존 울산 2공장 PET 설비를 C-rPET 재중합 공정으로 일부 개조했다. 해중합 설비는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이번 C-rPET 시생산에 쓰인 BHET는 외부에서 조달했다.

이번 시생산은 롯데케미칼이 화학적 재활용 PET 사업 진출을 위한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내수 PET 소비량의 50%를 생산, 공급하는 국내 1위 사업자로서 화학적 재활용 PET 사업화로 완전한 PET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PET 사업 수익성을 개선하고 국내 폐기물 감축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지속 가능성도 제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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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ET 제품. [사진= 류태웅 기자]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C-rPET 시생산은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사업의 한 축이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의미”라면서 “특히 국내 최초로 PET 상업 공장에서 C-rPET 생산 가능성을 확인한 점이 뜻깊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시생산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BHET 특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폐PET로 만든 BHET인 데다 공정 과정에서 고체를 액체로 녹여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물성을 이해하고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면서 “예를 들어 BHET을 투입하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화학 구조가 분해돼 제품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낮으면 원료 이송 과정에서 고체화돼 배관이 막히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정 온도를 찾고 맞춰 나가는 과정을 계속 진행했다”면서 “최적 운전 및 최고 물성 조건을 찾아냈고, 향후 설비·운전 보완으로 안정적 생산 및 품질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 2공장 내 CR PET 포장 라인은 2기였다. 향후에는 4기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BHET 생산 라인 1기당 CR PET 포장기기는 2기가 구축된다”면서 “오는 2024년까지 BHET 생산 라인을 2기까지 구축한다는 목표인 만큼, 포장기기도 4기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재활용 PET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오는 2025년 PET 음료수병에 재활용 소재를 25% 포함시키는 것을 의무화했고, 미국은 같은 기간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의무 함량을 25%로 정했다. 이 비율은 오는 2030년 각각 30%, 50%까지 강화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쓰레기 대란으로 폐플라스틱 처리 및 재활용이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면서 “세계 각국 PET 수요처들은 앞을 다투며 재활용 플라스틱 적용을 선언하고 있고, 재활용 PET 시장은 연평균 5% 이상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설비 투자 등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장 라인을 정면으로 한 채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PET 펠릿을 가득채운 CR PET 포장백이 3~4m 높이로 겹겹이 쌓여 있었다. 포장백당 무게는 1050㎏에 이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8월부터 9월까지 약 20일간 PET 펠릿을 4200톤 시생산할 계획”이라면서 “수요처에 보내 최종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기 전까지 보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지게차 한 대가 막 생산된 PET 펠릿을 담은 포장백을 이고 보관 장소로 날랐다.

포장 라인을 살펴본 후 밖으로 나와 오른편에 시선이 닿자, 한눈에 봐도 구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BHET 투입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폐PET를 해중합해 BHET를 생산하면, 이를 공정에 투입하는 설비다. 바로 옆에는 유휴 부지가 있었다. 바로 이곳에 BHET 생산 라인 2기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BHET를 생산하는 해중합 공장을 4.5만톤 규모로 신설하고 BHET를 투입해 PET로 만드는 11만톤 규모 C-rPET 생산 설비를 오는 2024년까지 구축할 것”이라면서 “국내 1위 PET 제조업체로서 C-rPET 사업화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국내 폐기물 감축 등 사회적 가치 창출로 지속 성장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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