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소재·장비·디바이스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반도체 디바이스 제조사와 함께 소재·장비 회사들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연구개발(R&D)과 양산 경험을 축적한 인력도 지속 육성해야 한다.
백홍주 원익큐엔씨 대표는 19일 테크코리아 2022에서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서의 소재기업 역할과 육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이 같이 강조했다.
백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20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이 3배 성장했고 앞으로도 2배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간 반도체 디바이스 시장뿐만 아니라 증착·식각·노광 등 장비 시장, 전·후 공정 소재 시장도 같이 확대됐다.
반도체 분야별로 성장률은 차이가 있었다. 2019년에서 올해까지 반도체 장비 시장은 연평균 22%, 반도체 소재 시장은 연평균 7% 성장했다. 구체적으로 TSMC·삼성전자 같은 디바이스 회사들보다 램리서치·ASML·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같은 장비 회사 성장률이 높았다. 원익큐엔씨·동진쎄미켐 같은 국내 소재 회사도 덩달아 성장했다.
백 대표는 “국내 소재 회사들은 회사 볼륨이 커지면서 10배 이상 성장했다”면서 “기술 개발 방향은 초고순도 등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춘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반도체 소재회사 중 일부는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생존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전환에서 살아남은 회사들은 굉장히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반도체 산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백 대표는 우리나라가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반도체 디바이스 제조사, 장비 회사, 소재 회사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 수출규제 사태 소재 회사들이 본격 성장하던 흐름이 정체됐다. 반도체 8대 공정별 국산화율은 열처리(70%), 증착(65%), 세정(65%), 평판(60%), 식각(50%), 측정분석(30%), 노광(0%), 이온주입(0%) 등 수준에 그쳤다.
백 대표는 “일본과 소재 이슈 문제 이후 본격적으로 가스, 케미컬 부분에서 국산화 활동이 가속화됐다”면서 “(우리나라는) 한동안 국산화를 하면서 굉장한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최근 다시 정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우리나라가 반도체 소재 산업 경쟁력을 확고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꾸준한 물적, 인적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디바이스 제조사와 장비사, 소재사 간 긴밀한 협업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백 대표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소재 회사들이 크지 않으면 동반성장하기 쉽지 않다”면서 “반도체 산업 장기 성장을 위한 지속가능한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20~30년간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인력 육성이 안 됐다”면서 “한국과 대만이 굉장한 (제조) 경험을 갖췄다. 반도체 양산에 대한 수많은 경험이 유실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