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씨뱅크, 어업 현장 보급 확산
사용 편의성 높이고 통신 기지국 확대
“얼마 전에도 양식장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외국인 선원이 추락했어요. 배 뒤편에 앉아 쉬고 있는 줄 알았는데 포구로 돌아와 보니 없었죠. 몇 달이나 걸려 시신은 찾았지만, 스마트 조난 알리미만 착용하고 있었어도 바로 구조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죠.” 정선진 씨뱅크 대표는 경남 고성군 삼산면 연안에 있는 직영 굴 양식장을 향해 배를 몰며 이렇게 말했다.
10여분 남짓 걸려 도착한 헥타르 규모 굴 양식장에는 직원 몇몇이 양식용 상자를 넣었다 빼며 성체로 자란 굴을 살펴보고 있었다. 모두 목과 어깨 부위에 멜빵 형태의 날렵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씨뱅크와 KT가 공동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해상 조난 예방·구조용 제품 '스마트 조난 알리미'다.
'스마트 조난 알리미'는 통신 기능을 갖춘 구명조끼이자 초고속LTE망으로 조난 발생 여부와 조난자 위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위치 파악 서비스다. 착용 상태에서 물에 빠지면 튜브에 공기가 주입돼 조끼가 부풀어 펼쳐지고 동시에 조난 발생과 구조 신호를 전송한다.
양식장 직원이 착용한 상태로 입수하자 '피시식' 소리와 함께 조끼가 부풀어 몸은 물에 떴고 선장실 스마트 패드와 다른 직원 스마트폰에는 경고음이 울렸다. 함께 간 KT 직원은 연안 반경 100㎞까지 커버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바다에 추락했을 때 즉시 구조하지 못하면 수색도 어렵다. 밤에는 더 그렇다. 그동안 나온 위치파악 겸용 조끼를 여러 사용해 봤는데 오작동이 많고 작업 시 불편했다. 우리 제품은 오작동이 없고 KT 해양 LTE망 기반으로 빠른 송수신이 가능, 통신 사각지대도 없앴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양식 어업인이다. 스마트양식에 관심을 갖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에 눈을 떳다. 북유럽, 북미 등 선진 수산양식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배우고 익혀 씨뱅크를 설립하고, 현재 수산IT 융합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자신과 직원을 위해, 나아가 수산양식 현장의 안전을 첨단 기술로 확실하게 보장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개발한 제품이 '스마트 조난 알리미'다.
올해 초 출시 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을 시작으로 조선사, 크루즈선사, 해양건설 현장 등 실습생, 선원, 승객, 현장 근로자 안전관리를 목적으로 도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일본, 유럽 등 해외 주문 및 사용 상담도 이어지고 있다.
씨뱅크는 다양한 현장 사용 환경에 맞춰 디자인과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KT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기지국 1000여곳에 해양 LTE 중계기 설치에 이어 도서 지역까지 커버리지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해양 LTE 기지국 확대로 커버리지를 늘리는 동시에 태풍을 비롯한 극한 환경에서도 통신 두절이 없도록 각종 지지 시설물 보강 작업도 동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우리나라 해양사고는 매년 2000건 넘게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272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 규모만 120명이다. 해양 조난과 인명 피해는 대부분 연안 조업 어선이나 양식, 낚시 어선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안병길 국회의원(해양수산위)이 최근 낚시어선 승선자 개인위치 파악 의무화 법안(낚시 관리 및 육성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 위치발신 장치 휴대를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안 의원은 “오는 2024년 낚시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어선 탑승자의 구명조끼에 위치추적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한다면 사고 예방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