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혁명에 버금가는 인공지능(AI) 혁명이 산업의 모든 부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AI가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되는 지능형 연결에 기반한 도심항공교통(UAM), 메타버스 등 분야가 미래를 주도할 신사업으로 부상했습니다. 테크코리아의 미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업의 개방형 협업과 정부의 조정자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전자신문 창간 40주년 기념 특별인터뷰에서 기술이 바꿔놓을 미래상을 이같이 전망하고 산업계와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1위 경쟁력에 안주하지 않고, 가장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며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는 기업이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로 진화를 목표로 5세대(5G) 이동통신과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개인비서, 메타버스, UAM, 로봇 등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유 대표는 “미래의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SK텔레콤이 혁신하고 도전해야 할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미래의 SK텔레콤은 근간사업인 유무선통신 고객에게 디지털과 AI가 만드는 새로운 경험을 지속 제공함과 동시에, 에이닷, 이프랜드, UAM 등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세상에서 AI를 제일 잘 알고 다른 산업까지 AI 대전환(transformation)을 확산시키는 'AI 컴퍼니'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K텔레콤을 비롯한 우리 기업이 미래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미·중 기술 패권전쟁과 같은 고립주의는 걸림돌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도 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유 대표는 “미래 기술 분야의 경쟁 상대는 국내 기업이 아니다. 국가 대 국가, 거대 글로벌 기업들과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기업의 역량을 가능한한 오픈플랫폼의 관점에서 공유하고 각 회사의 창의력과 역량을 더해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고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넓혀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기술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보통신기술(ICT), 테크가 바꿀 미래상에 관심이 높다. 큰 트렌드의 관점에서 기술중심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까.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미래의 변화 속도는 '산업 혁명보다 10배 빠르고, 300배 크고, 3000배 강력하다'고 한다. 우리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변화의 파도는 더 빠르고 크게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 흐름에 더해, 2020년부터 우리의 삶을 바꿔온 팬데믹 상황은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5배나 빠르게 만들었다. 모바일 혁명에 버금가는 AI 혁명이 산업의 모든 부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상을 확장시켜 줄 메타버스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플랫폼 경제는 고객과 참여자에게 정보와 가치가 분산되는 프로토콜 경제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미래 일상과 산업의 변화를 예측한다면.
▲AI와 통신 등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기술혁신 속에 우리의 일상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하늘을 나는 UAM,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로봇, 인류의 로망인 우주여행이 앞으로 10년 내에 가능해질 것이다. 어느 곳에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 휴가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워케이션이 보편화되는 등 일하는 방식도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술패권주의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주도권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와 디지털 인프라 보유 유무에 따른 정보격차 및 소외문제, AI로 대체되는 일자리 부족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도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5년 내 가까운 미래, 또 중장기 20년 사이 시장을 주도할 기술은 무엇이 될까.
▲가까운 미래에는 UAM, 로봇 등 미래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 인텔리전스(Connected Intelligence)가 가시화될 것이다. UAM은 택시 대신 활용하는 대체 수단을 넘어,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공중 버전으로서 향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로봇은 스마트팩토리와 간단한 업무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점차 다양하고 복잡한 영역으로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 등 온택트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사이버 위협과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양자암호기술은 이 같은 보안 위협을 방지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미래 에너지 문제 및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친환경 ICT도 중요하다.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미래의 다양한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태양광 발전량 예측, 재생에너지 가상발전소(VPP) 등 그린 AI 기술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 이와같은 기술의 중요성이 증대되리라 본다.
-통신은 기술사회의 핵심 인프라다. 향후 통신·네트워크 기술의 진화 방향과 이에 따른 다양한 산업의 적용과 변화상을 예상한다면.
▲2G 아날로그 통신으로부터 5G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진화한 네트워크 기술은 5G 시대에 접어들며 진화의 폭이 더 깊어지고 있다. 휴대폰을 넘어 다양한 디바이스가 연결되는 융합 서비스, AI 기반 지능화 서비스, 개방형 생태계를 만들어 크고 작은 기업들이 시너지를 낸다. 5G 이후 6G까지 이어질 혁신은 상공·해상·우주(위성) 등 '공간의 확장'과 UAM·로봇·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미래형 디바이스의 확산'을 이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안테나 소형화에 따라 어떤 지형에서나 연결성을 제공하는 위성통신 연계가 가능해지고, 증가하는 보안 위협에 맞서는 양자암호 기술도 네트워크의 진화와 함께 발전해 갈 것이다. 아울러, 차세대 통신은 미디어 산업·제조업·모빌리티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SK텔레콤의 미래 기술·서비스 개발 활동은.
▲기본 지향점은 미래의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SK텔레콤이 혁신하고 도전해야 할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큰 축은 AI를 통해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출시한 에이닷 서비스는 첫 단추다. 개인화된 맞춤형 AI 에이전트 서비스로 개개인에 최적화돼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나만의 에이전트'로 진화를 목표로 한다. 비주얼 캐릭터 기반의 음성 이용자환경(UI)과 GPT-3 기반의 초거대 AI를 통한 대화로 고객과 새로운 상호작용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2013년부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메타버스 관련 기술 역량을 발전시켜 왔다. 페이스 리타기팅, 피직스 애니메이션 등 SK텔레콤의 기술을 집약한 이프랜드는 출시 1년여 만인 지난 8월 말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1100만회를 기록했다. SK텔레콤은 UAM과 로봇, 자율주행과 같이 미래 주인공이 될 영역에서도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UAM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UAM이 바꿔놓을 고객 삶에 대한 전망은.
▲신사업은 새로운 기술·서비스가 가져올 사회적 파급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경영 환경 자체가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수치를 넘어 사회와 고객의 삶을 변화시키는 영향력을 중요한 척도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 측면에서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고민한 SK텔레콤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은 연결을 중심에 두되 개인과 사회의 삶을 기술로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UAM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모빌리티 분야의 게임 체인저다. UAM이 2025년 상용화 이후 2030년대가 되면 고객들은 더 이상 교통체증으로 도로에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UAM으로 절약한 시간으로 창출되는 새로운 가치는 SK텔레콤이 미래에 만들 사회적 가치(social value)가 될 것이다. SK텔레콤은 UAM을 교통혁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협력을 통해 관광, 물류, 공공편익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메타버스가 바꿔놓을 고객 삶에 대해 전망은.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깊이 들어와 있다. 현실에서의 많은 일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구현되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해결되고, 비대면에서도 실감나게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지리적 한계, 신체적 능력의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즐길 거리가 많아진다. 유튜버와 같이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활동하며 팬덤을 확보한 인플루언서들이 생기고, 창의력만 있으면 아바타 코스튬을 만들거나, 새로운 공간을 제작할 수 있는 3D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장도 열린다. 새로운 산업군 시장, 직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의 AI 기술경쟁력, 상용화 수준과 향후 확대 적용 가능한 분야는.
▲에이닷을 통해 초거대 언어 모델과 3D 모델링, 프로파일링 기술, 이미지, 텍스트, 음성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멀티모달 이용자경험(UX) 등을 확보·적용했다. 비전AI 기술을 적용해 AI사진과 영상을 보정하거나 잘 나오는 사진을 추천하는 기술, 물류 처리 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범용 문자 인식 기술을 지속 연구 개발 중으로 11번가의 상품 상세 정보 분석에 적용되고 있다. 누구와 에이닷에는 음성인식과 음성합성 기술이 적용돼 있고, 소비자(B2C) 영역뿐 아니라, 기업(B2B) 영역에도 적용을 확대해가고 있다. 향후 AI콘택트센터, 등을 비롯한 B2B 영역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테크, ICT에 빠르게 적응하는 나라다. 테크코리아의 강점과 기회요인을 찾아본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인프라를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 물적 인프라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높은 R&D 투자, 산학연 협력의 활성화 등이 한국의 최대 강점이다. 통신인프라는 현재는 물론이고 AI, 메타버스, 자율주행, 로봇, UAM 등 미래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인프라다. 테크강국을 선도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높은 수준의 교육열 역시 테크강국 코리아를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는 위협요인이긴 하지만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주요국이 기술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기술혁신 역량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가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만큼 우리나라 정부 역시 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의 조치 등을 통해 기업들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과의 적극적인 기술협력이나 글로벌 M&A 등의 활성화도 테크강국 코리아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가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기업 CEO 관점에서 산업계, 정부에 제언하고자 하는 바는.
▲AI, 양자, 6G 등과 같은 미래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계와 정부 등 참여자 모두의 '혁신적 협업'이 필요하다. 미래 기술 분야의 경쟁 상대는 국내 기업이 아니다. 국가 대 국가,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다. 기업은 연구개발(R&D) 설비, 기술, 정보 등 각사가 보유한 '유무형 인프라'를 '오픈 플랫폼'의 틀에서 공유하는 한편, 각사의 창의력과 역량을 더해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고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넓혀나가야 한다. 기업의 개방성은 산업생태계 확장을 위한 기본 조건이며 경쟁은 '확장적 선순환'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조정자(Facilitator)로서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국가 R&D 투자는 기초·원천기술에 집중하되, 민간 상용화 기술로 연계하기 위한 선택과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 패권경쟁의 시대에, 미래 기술 주도권 확보는 기업과 국가가 함께 할 과제이자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사장)은 2021년 11월 SK스퀘어와의 기업분할 이후 새롭게 탄생한 SK텔레콤의 첫 번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유 대표는 서울대에서 산업공학과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유 대표는 2000년 SK텔레콤에 입사한 이후 2009년 사업개발팀장, 2014년 사업개발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5년 SK주식회사 C&C 사업개발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6년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코퍼레이트센터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MNO사업대표 등을 역임했다.
신사업과 경영, 재무 분야를 두루 거친 유 대표는 AI와 5G 기반 유무선 통신 주도권을 공고히 하면서 구독과 메타버스, UAM 등 신성장 사업을 주도한다. SK텔레콤 2.0 시대를 이끌어갈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