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과 올해 유럽에서 15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폭염은 기후 변화 위협의 대표 사례다. 국제에너지기구는 교통 분야에서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위협 속에서 전동킥보드로 대변되는 퍼스널모빌리티(PM)가 새로운 도시교통수단으로 등장했다. 자동차보다 가볍고 전기에너지로 움직이는 새로운 교통수단인 전동킥보드는 미래 도시 교통 분야에서 환경·경제·사회적 효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와 같은 PM은 승용차 무게의 30분의 1 이하로 가벼워서 에너지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승용차보다 훨씬 적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예측에 따르면 이미 보급된 PM으로 온실가스가 연간 약 75만톤까지 감소한다. 이 양은 승용차 약 40만대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에 해당하며, 나무 3억그루를 심은 효과와 동일하다.
미국 글로벌 시장 예측 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Reserach and Markets)은 2020년 글로벌 시장의 전동킥보드 매출을 20조원으로 예측했다. 시장도 매년 7.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PM 제조·유통·공유 산업이 창출하는 고용은 약 2000명 정도이고, 장래에는 7000명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언급한 글로벌 시장 성장을 고려한다면 고용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전동킥보드 사용자는 주로 4㎞ 이하 단거리를 운행한다. 따라서 도시화 지역 반경이 4㎞ 이하인 중소도시에서 PM은 승용차와 같은 개인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에 이러한 중소규모 도시 지역은 약 130곳이다. 약 600만명이 잠재적 이용자가 될 수 있다. 중소규모 도시지역은 인구 밀도가 대도시에 비해 낮아서 촘촘한 대중교통망을 갖추기 어렵다. PM이 이의 극복에 훌륭하게 기여할 수 있다. PM은 또한 자동차 소유율이 낮은 20대 청년층에게 인기 있는 교통수단이며, 이동 형평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코로나19 감염이 가파르게 증가하던 2020년에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대중교통 기피 현상이 관측됐다. 동시에 공유 자전거 또는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이 폭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PM이 감염병 확산 시 승용차 의존을 낮추는 비대면 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환경·경제·사회적으로 우수한 교통수단인 PM의 이용이 강화된 규제로 주춤하고 있다. 이용이 낮아진 원인인 안전모 미착용 범칙금 부과나 승용차 수준의 높은 불법주차 견인료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다. PM과 유사한 대표적 친환경 수단인 자전거의 분담률이 20%가 넘는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 자전거 안전모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릉이 많고 여름이 무더운 우리나라 도시에서 자전거 이용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많이 했지만 지형과 날씨 한계로 자전거 분담률은 2%에 불과하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PM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우리 도시에 적합한 친환경 교통수단인 PM이 활발하게 이용되기 위한 급선무는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무질서한 주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지자체는 이용자에게 명확한 주차 규칙을 홍보하고 질서 있는 주차를 유도하는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공유하고 있는 대수를 파악하고 도시 규모에 어울리는 적정한 공급이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현황 파악과 관리를 위해 공유 사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로 집중된 폭우가 쏟아지면서 많은 시민 피해를 낳았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나라가 기후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PM은 교통 분야에서 기후 위협에 대응하는 탁월한 수단이다. 또한 감염병 대응, 고용, 이동 형평성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다. 이제 승용차와 대중교통에만 의존하는 도시교통에서 벗어나자. PM을 제3의 도시 교통수단으로 키워 보자.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 wsk115@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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