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형 '생산보호프로그램'(PPP)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PPP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지원의 일환으로 고용안정을 위해 일정 요건을 만족하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3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안정 지원 정책토론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지원책은 즉흥적이고 산발적이며 지원대상 논란 등을 야기하고 투입예산 대비 지원 효과가 떨어진다”며 “생산성지원과 긴급자금대출을 결합한 한국형 PPP(Productivity Protection Program)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PPP는 대출금의 최소 60%를 급여비용에 사용할 경우 대출금 전액을 탕감한다. 임 교수는 “미국은 내수 소비가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인건비 지원이 고용을 유지하고 내수 촉진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서 “한국은 필수·핵심 인력이 기업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생산성보호프로그램'으로 규정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임 교수는 종업원 1인당 급여를 연간 3000만원으로 한정하고 대출금은 월평균 급여총액의 2배까지로 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대출한도는 5억원으로, 탕감조건은 대출기간(2년) 동안 고정비(인건비·임대료)와 생산성유지비용(전기요금·연구개발비)을 탕감하고 만기에 잔액을 상환하는 식이다.
임 교수는 “탕감조건에 해당하는 비용항목을 단순화해야 사전에 대출금을 얼마나 탕감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난을 악화시키는 주요 비용항목은 영업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고정비”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PPP에 인건비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등 다른 비용 지원을 담는 데 반론도 있다. 박재성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PPP는 코로나19 펜대믹 상황에서 인적자본 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급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임대료와 전기요금을 보전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행 중소기업 신용평가체계는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와 수수료 부담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재무제표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 신용평가제도 역시 평가자 주관에 의한 전문가판단모형이 주로 사용돼 평가자에 따라 신용도가 변동될 위험이 있다. 이진호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등급은 기업 자금조달에 직결되는 요소로 신용등급 하락 시 금용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면서 “중소기업 특화형 신용평가기관 설립이 필요하며, 대출 확대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합리적인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도 새로운 신용평가체계 구축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받아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렵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존 신용평가체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비재무적 요소가 중요한 중소기업 특화 신용평가체계가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에 맞춰진 신용평가기관을 신규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