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이 올해 들어 4만명 이상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이 늘면서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글로벌 IT기업 정리해고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를 인용해 지난 29일 기준 미국 기업의 해고 대상자가 약 4만2000명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2년 만에 6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 관리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도 있어 실제 해고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10억달러(약 1조3502억원) 기업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이 정리해고에 나서는 것에 주목했다. 그동안 유치 자금을 채용 확대에 투입한 유니콘 기업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인력 조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비전펀드는 그동안 유니콘 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앞으로는 투자 대상 선정에 한층 신중을 기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레이오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정리해고를 시행한 104개 기업 가운데 12개가 비전펀드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닛케이는 채용 사이트 운영기업 인디드를 인용해 지난달 22일 기준 최근 4주간 소프트웨어(SW) 개발자 구인 건수가 17.3% 감소했다고 전했다. 사무, 인사, 마케팅 등을 웃돌며 업종 기준 최고 감소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IT 기업이 집중된 지역의 채용 건수는 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지역은 0.6% 수준에 그쳤다. 닛케이는 IT 관련 기업이 신규 채용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이달 초 미국 기업 임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조조정 관련 설문에서는 약 50%가 '인력조정을 실시·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신규 채용 중단에 관해서는 52%가 일정 기간 실시·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