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서 종이컵-빨대 퇴출
모호한 기준에 현장은 우왕좌왕
환경부, 과태료 최대 300만원 부과
유통업계가 일회용품 규제 확대를 앞두고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행 시기가 두 달 이상 남았지만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인 대비에 착수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등이 사용 제한 품목에 추가된다. 편의점·카페·식당·제과점 등 대상 시설과 업종도 늘어난다. 연면적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는 우산용 일회용 비닐을 사용할 수 없으며 야구장·축구장 내 플라스틱 응원 용품도 금지된다. 환경부는 규제 강화와 함께 그간 유예하던 단속도 재개할 예정이다. 지침을 어길 경우 과태료 최대 300만원을 부과한다.
◇편의점, 일회용 봉투 발주 중단…카페·프랜차이즈, 종이 빨대 도입
편의점 업계는 일찌감치 일회용품 규제 대비에 나섰다. GS25는 7월부터 일회용 봉투 발주를 조절하고 있다. 9월부터 발주 중단을 진행하고 종량제 봉투, 종이봉투, 다회용봉투(부직포)를 적용할 방침이다. 오는 12월 2일 시작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대비하고 있다. 다회용 컵과 반납기, 텀블러 세척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4월부터 점포당 일회용 봉투 발주 수량을 기존 1000매에서 100매로 축소 운영 중이다. 오는 10월 중 일회용 봉투 발주를 중단한다. 종이봉투 또는 재사용 종량제봉투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다회용 봉투 도입도 살펴보고 있다. CU와 세븐일레븐도 일회용 봉투 발주를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다회용 봉투 도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카페·프랜차이즈 업계도 적극적으로 규제 시행을 대비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포크·나이프를 일찌감치 다회용으로 교체했다. 일회용 빨대와 포장용 봉투도 종이 소재로 교체를 마쳤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또한 환경부 지침에 맞춰 준비 중이다.
롯데리아·엔제리너스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오는 11월 모든 브랜드에 종이 빨대를 도입한다. 롯데리아는 음료 포장 시 사용하는 일회용 봉투를 종이 또는 다회용 소재로 교체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파리바게뜨·던킨·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브랜드 사업부별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유관부서 실무자들이 모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호한 기준에 가맹점 '전전긍긍'…“홍보 늘리고 제도 보완해야”
일각에서는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개별 상황에 따른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자판기에서 나온 종이컵은 사용 가능하지만 카페에서 제공하는 종이컵은 사용할 수 없다. 편의점 내에서 즉석식품·조리식품을 매장 내에서 취식할 경우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지만 컵라면이나 도시락을 취식할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다.
환경부와 가맹본부가 다양한 예시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 불만은 높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가맹점에서 규제 기준을 명확하게 이해하더라도 소비자가 알지 못하면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점포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홍보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대형 유통사에 비해 개별 소상공인 대응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빨대나 일회용 봉투 등을 교체하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 과태료가 300만원에 달하는 단속이 부담된다는 의견도 많다.
환경부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다. 일회용품 규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한다. 9월부터는 전국 순회 설명회를 열고 분야별 협회를 대상으로도 맞춤형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회용품 규제는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향후에는 종이 빨대나 봉투도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