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28>컨플루언스를 떠올려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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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플루언스(Confluence). 보통 두 강이 만나는 곳을 말한다. 한자로는 회류(會流)라고 쓴다. 좀 더 일반화하면 뭔가를 합치하거나 융합한다는 뜻이다. 거기다 C로 시작하는 다른 단어와 묶어 혁신을 설명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연결성(Connectivity), 창의성(Creativity), 문화(Culture)와 함께 쓴다면 그야말로 제격인 셈이다. 이 설명에 조금 멋을 부리면 I는 C의 4승, 즉 I=C4같이 써 봄직도 하다.

혁신을 다른 무엇과 구분해서 설명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누구는 혁신보다 쉽고 명료한 단어가 많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예를 들면 문제 해결 같은 용어도 있는데 '왜 굳이' 이것이냐고 묻기도 한다.

어찌 보면 그럴 법도 하다. 혁신의 많은 것은 문제가 발단이 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혁신은 사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다르다. 문제의 원인과 원리에 주목한다는 것이 첫째이고, 원래 문제와 머리를 맞댄 숨은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이 둘째다.

어느 글로벌 기업이 윤리적 노동 관행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소문에 휩싸였다고 가정해 보자. 이건 어느 기업에나 큰 문제겠지만 글로벌 기업이나 브랜드가 생명인 그런 비즈니스라면 이것만큼 큰 위기 신호도 없다.

이 순간 기업에 필요한 것은 바로 뭔가를 하는 것이다. 실행이 가능하든 아니든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어느 사회학자의 표현을 빌리면 '상징적 계획'(symbolic plans)이 될 수도 있다. 실행 가능성이 낮은 계획이라 해도 정작 비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그 나름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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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다른 선택도 있다. 어느 글로벌 커피체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3세계 농부들을 착취한 기업으로 지목된다. 당장 홍보도 급했지만 원두 재배자와 관계를 바꿔 볼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불거진 문제보다 더 근본 문제를 찾아 해결할 수 있다면 브랜드와 성장을 더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2001년 '우선 공급자 프로그램'이란 걸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작해 본다. 요지는 직원·사회·환경 측면에서 책임감 있는 재배자들에게 더 보상하는 것이었다. 반면에 공급업체는 고품질 커피 재배에 적합한 토질을 유지하고, 노동·부패·불법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지킬 수 있어야 했다.

물론 이 기준을 충족하면 포인트를 쌓을 수 있었고, 그럴수록 보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우선 공급자가 되면 원두 파운드당 5%의 프리미엄을 받기도 했다. 또 이들에게는 장기계약이 제공됐고, 재배 위험도 낮출 수 있었다. 반면에 기업은 고품질 원두의 공급망을 이들 신뢰할 만한 손에 맡길 수 있는 셈이었다.

어느 기업이나 브랜드를 먹고사는 기업에 당장의 위기 모면을 벗어나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문제를 따져 가다 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도 찾아지기 마련이다. 이 기업에는 고품질 원두가 그것이었고, 이것들의 대안은 지속 가능한 재배인 셈이었다. 물론 홍보나 상징적 대안에 비하면 훨씬 성가신 선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선택으로 더 나은, 더 지속 가능한, 더 신뢰할 만한 기업으로의 길을 찾은 셈이었다.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서 보고서야 큰 강이 어떻게 되는지 실감할 수 있는 법이다. 당신이 위기 앞에 서는 날 이 컨플루언스 혁신을 떠올려 봤으면 한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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