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채무조정을 통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줄여주되 도덕적 해이 논란을 고려해 자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에만 원금 감면을 해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8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와 함께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에서 금융권 등을 상대로 새출발기금 설명회를 열고 세부 운용방향을 소개했다.
앞서 금융위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들이 오는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 이후 '금융 절벽'에 내몰리지 않게 하고자 30조원 규모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은 기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과 비교해 자영업자의 특성 및 코로나19 피해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신청자격과 금리, 원금감면의 폭을 조정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뒀다.
신복위 채무조정이 개인의 신용채무 위주인 반면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피해 개입사업자와 법인소상공인의 담보대출, 보증부대출, 신용대출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분할상환 기간은 10∼20년으로 신복위 채무조정(8∼20년)과 유사하다.
부실 우려자를 대상으로 한 금리 감면은 '상환기간에 비례한 저리로 조정한다'는 원칙 수준으로만 이날 공개됐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설명회에서 “금리 부분은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초래한 직접적인 배경이 됐던 원금감면은 세부안에서 조건을 좀 더 까다롭게 규정했다. 90일 초과 연체자(부실 차주)에 한해 총부채의 0∼80%를 감면해주되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취약차주는 최대 90% 감면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피해를 고려해 최대 감면율을 신복위의 최대 감면율(70%)보다 높였다. 다만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면 탕감이 없으며, 부채가 자산보다 많을 경우에만 순부채 60∼80%를 감면해주기로 방침을 세웠다. 담보대출의 경우 원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위는 현재 37조∼56조원으로 추정되는 소상공인 대출 잠재부실 가운데 새출발기금이 50∼80% 수준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