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로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차량 형태는 단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출퇴근과 레저를 아우르는 SUV 시장이 커질수록 고급화 경쟁도 치열하다. 눈에 확 띄는 화려한 디자인에 첨단 스펙으로 무장하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하는 캐딜락은 독일 수입차와 국산차 제네시스가 과점하고 있는 국내 고급 SUV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그 중심에는 6000만~7000만원대 시장을 공략하는 간판급 중형 SUV 'XT5'가 있다. 2022년형으로 연식 변경을 마친 XT5를 타고 도심과 고속도로 400㎞가량을 달렸다.
외관은 캐딜락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직선을 사용해 다듬은 차체는 깔끔한 슈트를 입은 것처럼 정갈한 이미지다. 전장은 4815㎜로 BMW X3(4710㎜)나 메르세데스-GLC(4710㎜)보다 차체가 긴 편이다. 축간거리는 2857㎜로 실내 공간도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 용량은 845ℓ로 넉넉하다. 실내는 간결한 구성이 돋보인다. 조작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손으로 버튼을 조작하기 좋다. 손길이 닿는 곳곳 부드럽게 마감한 가죽과 플라스틱 소재의 질감도 칭찬할만하다.
시동을 걸면 3.6ℓ V6 가솔린 엔진이 깨어난다. 여러 동급 모델들과 달리 과급기로 엔진 힘을 높이는 터보차저 등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흡기 방식 엔진으로 부드러운 음색이 일품이다. 이 엔진은 9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려 네 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엔진 배기량을 보면 알 수 있듯 힘은 넉넉하다. 최고출력은 엔진 회전수 6700rpm에서 314마력, 최대토크는 5000rpm에서 37.4㎏·m를 발휘한다. 고회전에서 가장 센 힘이 나오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2000rpm 전후까지만 가속 페달을 밟아도 주행에 충분한 힘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설정이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승차감이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독립식 멀티링크 방식을 채택했는데 요철을 아주 사뿐히 넘는다. 그렇다고 물렁한 승차감은 아니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는 차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좌우를 꽉 잡아준다. 캐딜락의 오랜 고급차 만들기 노하우는 승차감에서 빛을 발한다.
XT5는 도로 사정에 구애받지 않고 도로에 밀착된 주행이 가능하도록 전면 스트럿과 드라이브 라인을 개선해 장착했다. 9단 자동변속기는 차세대 EPS(Electronic Precision Shift)를 적용해 응답성을 강화했다. 특정 상황에서 실린더를 닫아 연료 효율성을 높여주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와 오토 스탑·스타트 기능도 기본이다.
신기술도 주목된다. 커넥티비티 기능을 수행하는 CUE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새로운 조그 기능 로터리 컨트롤러를 추가해 버튼식과 터치스크린의 불필요한 중복을 보완했다. CUE 시스템과 모바일 기기 연동 시 원터치로 연결하는 새로운 NFC 페어링 기술을 선보인다.
디스플레이는 모두 HD급으로 진화했다. 직관성을 높이고 선명한 그래픽을 제공하는 HD 계기판을 비롯해 차량 후방 영상을 보여주며 후방 시야를 300% 이상 높여주는 HD 리어 카메라 미러는 확대와 축소가 가능하고 각도와 밝기 조절 기능까지 추가했다. 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차량의 360도 모든 곳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HD 서라운드 비전도 제공한다.
여기에 보스 퍼포먼스 사운드 시스템은 듣기 좋은 음질을 선사한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을 적용해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한다. 뒷좌석 2열에도 2개의 USB 포트가 추가했고 콘솔 암레스트 아래쪽에는 15W까지 제공하는 2세대 무선 충전 패드를 넣었다.
XT5가 인증받은 복합 연비는 8.0㎞/ℓ다. 시승 당일 도심에서 7㎞/ℓ,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11㎞/ℓ를 달릴 수 있었다. 2톤에 달하는 차량 무게와 엔진 배기량 등을 고려하면 납득할만한 수치다. 이날 시승한 2022년형 XT5는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으로 가격은 6843만원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