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이후 자택 격리를 마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복귀하자마자 정부와 여당의 수해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 비대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길 때 위기관리센터, 지휘소 역할 등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한국의 위기 관리시스템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폭우가 쏟아져 서울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을 때 윤 대통령은 상황실이 아닌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재난에 대응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발언했다. 퇴근길에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특히 방문지였던 신림동 주택가는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일가족이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은 곳이었다.
우 비대위원장은 무리한 대통령실 이전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위기관기센터 등을) 설치하고 가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막상 일이 생기니 서초동 집에서 전화했다”며 “자택에서 생활하다가 벌어진 것이다. 이곳을 대통령이 있는 사무실이었다고 하는 건 오버”라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 벙커 위기관리센터 내 첨단 기능들은 위기 발생 지역을 최단 시간에 빨리 점검하고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이 완비돼 있다. 서초동엔 그런 시설이 없다”며 “대통령 있는 곳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폰이나 몇 개의 비선 전화로 해결하지 못하는 게 있다”고 꼬집었다.
우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수해 복구 활동 도중에 나온 실언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동작구 사당동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우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발 빠르게 수해 현장으로 가서 지원하는 모습을 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생명을 잃은 분들까지도 많은데 사진이 잘 나오게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집권당 국회의원이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특히 원내대표가 옆에 있었음에도 그걸 꾸짖지도 않아서 놀랐다. 국민들을 도우러 갔다가 오히려 짐만 된 꼴”이라며 “망발이다. 국민의힘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구름이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전국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집계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맞는 대책을 세우겠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정부가 더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우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자택 격리 해제 이후 처음으로 이날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