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중부지방에 기록적 폭우가 내리면서 강남을 비롯한 서울 도심이 물바다가 됐다. 강남 일대는 2011년 7월 27일부터 사흘간 집중호우가 강타하며 큰 피해를 입은 후 11년 만에 대형 홍수재해가 반복됐다. 폭우·폭염·홍수·가뭄이 빈번해진 기후변화 시대를 대비해 200년 빈도 홍수재해 예방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방재 전문가들은 전날부터 강남·서초·동작 일대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며 고질적인 침수 지역이 다시 물에 잠기자, 최소 100년 빈도로 국지성 집중호우 예방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역 일대는 지대가 낮아 서초와 역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대표적인 상습 침수 지역이다. 항아리 지형에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이 부족해 2011년 7월 3일간 535㎜에 달하는 100년 만의 폭우가 서울에 쏟아지며, 강남역 일대가 물바다로 변하고 우면산 산사태로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시는 2011년 오세훈 당시 시장이 10년간 5조원을 투입해 “시간당 100m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도시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며 긴급 수방 대책을 발표했다. 2015년에는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마련했고 강남역 등 33개 주요 침수취약지역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해 △하수관거 개량 △빗물 펌프장 신·증설 △빗물 저류조 설치 △하천정비 등 수방시설 확충에 나섰다.
서울시는 당시 계획했던 수방 시설 확충사업 예산은 모두 투입했지만 올해 여름 폭우는 150년 빈도에 해당하는 시간당 116㎜ 규모로, 현재 강남역 일대의 방재성능 용량을 크게 초과했다.
업계 전문가는 “지자체가 30년 빈도 강우 대응을 목표로 대책을 마련해왔는데 최근 기후변화로 게릴라성 국지성 폭우가 빈번해졌다”면서 “폭우·홍수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해 도심 상습침수 지역을 중심으로 200년 빈도 홍수재해예방 인프라를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관리를 총괄하는 환경부는 규제보다 기후변화 홍수 피해 대응차원에서 홍수재해예방 인프라 건설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면서 “미국 시카고처럼 강남 도심에도 지하에 대심도터널을 뚫어 홍수 시 빗물을 담아두고 비가 그친 후 펌핑해서 버리는 비상 저류시설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빗물을 나르는 고속도로'로 불리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상습침수 지역에 건설하기로 계획했지만, 2013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대심도 터널 공사가 7곳에서 신월동 1곳으로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예산이 문제라면 환경부 하수도정비 예산 등 중앙정부 예산 지원을 확대해서라도 주요 도심 상습침수구역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종진 환경부 수자원관리과장은 “최근 기후변화로 세계에서 게릴라성 폭우·홍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폭염·가뭄도 늘고 있어 정부 대책에도 근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신월동에 설치한 대도심터널 등을 주요 상습피해 지역에 선제적으로 설치한다면 홍수재해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