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퇴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여전히 학제개편 취지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입학연령 하향 정책 폐기에 대해서도 애매한 입장만 보였다. 이로 인해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교육 정책 추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학연령 하향 방안을 폐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폐기한다는 말은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좀 더 큰 틀에서 교육에 대해 국가책임 강화 방안을 (찾겠다)”며 폐기 자체는 부정했다.
장 차관은 또 “입학연령 하향 방안은 업무보고를 통해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다는 내용이었지만, 마치 추진이 확정된 것으로 보도가 되고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는 “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는 유보통합 방안을 포함해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또 “여건상 2~3년을 앞당기는 것이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일단은 1년 정도 의무교육을 앞당기는 것을 시행계획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문서부터 부총리 브리핑까지 시행계획까지 거론하며 학령 하향 추진을 발표했놓고도, 이제와서 언론이 확정적으로 보도한 것이라고 발을 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 차관이 받은 쪽지가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됐다. 장 차관이 받은 쪽지에는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설문조사,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조차 정책 폐기 여부를 미정으로 둔 셈이다.
부총리가 사퇴까지 했는데도 애매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정책 결정 과정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부가 현장을 모르는 데에서 이런 무모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고 걸러낼 수 있는 장치조차 없었던 것 아니냐”면서 “그렇다면 장관이 바뀌어도 똑같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도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한 정책 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번 초등 취학연령 하향 정책의 실패가 교육 비전문가에 의한 아이디어 차원의 교육정책 결정 시행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교육정책에서 교육전문가인 교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정책결정 시스템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