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증여 등 문제 소지"
본인 명의 카드로만 구매 가능
카드사 "명의자 상관없어" 반박
#직장인 A씨는 최근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와이프 B씨가 가진 신용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다. 해당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1.5%에 달하는 캐시백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급자 우위로 돌아선 자동차 구매 시장에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카드사를 통해 명의에 상관없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답변도 받았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에서 돌아온 답변은 '불가'였다. 회사 정책상 자동차 구매는 본인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구매 시 본인 명의 카드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카드업계는 명의 여부가 상관없이 결제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완성차 업체가 정책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완성차 업체가 본인 명의 카드가 아니면 결제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개별 자동차 구매 매장에서는 본인 명의 카드가 아니면 결제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개별 매장에서 구매자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통해 결제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따라서 명의자 본인과 카드 소유자 명의가 일치하지 않으면 결제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드사는 이런 완성차 회사 주장에 반박했다. 자동차 구매도 명의자 상관없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구매의 경우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카드 소유자 승인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자동차 결제 관련 명의자 여부가 이슈는 아니다”면서 “게다가 자동차 구매는 소득공제 대상에서도 포함되지 않아 명의자가 달라도 결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실제 자동차 구매의 경우 취등록세를 통해 이미 세금부과 금액이 노출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카드 구매에 따른 세제 혜택도 기대할 수 없다. 카드사들은 혜택 등 필요에 따라 가족 구성원 누구의 카드든 사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에서는 내부 정책을 이유로 결제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 차량 금액이 고가이고, 이를 증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는 구매 금액이 크고, 법적으로 증여 등을 고려할 때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본인 명의로 카드 결제를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편법을 제안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실제 자동차 매장 딜러는 구매자에게 카드 소유자 지분을 차량에 1% 넣으면 결제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카드업계 일각에선 완성차 업체가 도난이나 분실 등 리스크를 책임지지 않기 위해 이런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카드 도난이나 분실 등 문제가 발생할 때 완성차 업체가 리스크를 지지 않기 위해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 것”이라면서 “완성차 업체가 주장하는 증여의 경우 50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단순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