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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중첩과 양자얽힘이라는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 계산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이 같은 성능은 큐비트라는 0과 1의 중첩상태를 가지고 연산할 때 병렬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큐비트 수가 늘어날 때 연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게 되는데, 양자컴퓨터는 디지털컴퓨터 대비 매우 빠른 초고속 연산이 가능해 미래 산업·안보 생태계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과학 난제를 해결해 혁신적인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등에 응용돼 실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 특히 신약·에너지 개발 등 자연 원리를 규명하거나 및 금융·교통 전력 배분 등 최적화된 조합과 경로를 탐색하는 데 유리해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혁신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기업들과 각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연구개발(R&D)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는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훨씬 추월한다는 소위 양자 우월성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선진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양자 우월성은 단지 양자컴퓨터가 제한된 계산 문제에서 특별한 계산속도를 보여준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모든 계산 문제에서 우월하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즉, 현재 우리가 디지털컴퓨터로 수행하는 많은 종류의 작업에서는 기존 컴퓨터가 여전히 강력한 계산능력을 보일 것이다. 또한 양자컴퓨터가 실용적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큐비트 수와 계산 가능 시간 증가를 통한 계산 신뢰성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양자컴퓨팅 기술이 실용적 수준에 도달했을 때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이 기술의 중요성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한국도 양자컴퓨팅 R&D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올해 6월 한국형 50큐비트급 양자컴퓨팅 연구인프라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선진국보다 연구인력, 인프라, 예산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여건이지만 국내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목표 달성에 전념할 예정이다.

양자컴퓨터를 구성할 수 있는 방식은 초전도, 이온, 양자광, 중성원자, 반도체 양자점, 다이아몬드 점결함, 핵자기공명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본 사업에서는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한 초전도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초전도 양자컴퓨팅은 초전도 조셉슨 소자의 가장 낮은 상태의 에너지 레벨을 다루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에너지 교란이 유입되면 양자상태가 파괴되거나 양자상태 수명이 짧아져서 계산 정확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외부의 열적 요동이나 전자기 잡음 등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또 양자역학적인 바닥 상태 에너지를 정밀하게 측정 및 제어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측정기술이 필요하다. 즉, 초전도 기술, 큐비트 소자인 조셉슨 소자 설계 및 제작기술, 미약한 마이크로파 신호의 제어 및 측정기술, 양자컴퓨팅에 최적화된 논리회로 개발 및 프로그래밍 기술 등 분야별 국내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번 사업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성균관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외 다수 대학이 역량을 모아 추진한다. 기술 난도가 매우 높지만 국가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뜨거운 열정을 잃지 않되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양자컴퓨팅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한 도전을 이어나가야 하겠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 yhlee@kris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