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강남스타일'과 박세리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은 방탄소년단(BTS)과 '오징어게임'과 고진영으로 이어지더니 이제는 뮤지컬, 미술, 의료, 푸드 등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만 불던 한류는 선진국으로까지 확대돼 전 지구촌이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할 부가가치도 창출하고 있다.
경기 회복과 청년실업 해소에 결정적인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 경쟁력 수준은 어떠한가. 시가총액, 즉 마켓캡 기준으로 글로벌 10대 기업 가운데 태반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특정 국가의 경쟁력은 그 뿌리인 소프트웨어(SW) 산업에서 연유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SW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그동안의 정책을 되돌아보고 새 정부에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 본다.
첫째 공공SW사업의 대기업 참여 전면 제한이라는 규제는 혁신돼야 한다. 규제를 위해 10년 전에 SW산업진흥법(현 SW진흥법)이 개정됐다. 그 결과 대기업이 빠진 빈자리를 대신해서 한층 영향력이 커지게 된 중견 시스템통합 업체의 갑질 실정은 협력사의 불만이 끊임없이 표출되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개 중견업체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적도 있다. 주된 이유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 수급 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한 부당 특약, 계약서면 없이 작업 착수를 지시하고 나중에 서면을 발급하는 서면 지연 발급, 대금 지연 지급과 지급 보증불이행 등과 같은 위반 때문이었다.
'귀신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 SW진흥법이 개정된 주된 취지는 대기업의 협력사에 대한 낙수효과가 미흡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빈자리를 채운 중견 시스템통합 업체에 대한 협력사들의 경험담은 전혀 다르다. 즉 중견 업체가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다 보니 애초의 개정 취지와 달리 협력사에 대한 낙수효과는 더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탁월한 기획력과 대형 프로젝트 관리 능력으로 우리나라 전자정부가 한때 세계 1위라는 쾌거를 다년 걸리면서 달성하는 데 결정적이던 대기업의 진입만 막게 됐다.
새 정부는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경제정책 방향 가운데 구체적으로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을 차별규제로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새 정부가 불합리한 차별규제를 시대 흐름에 맞게 재정비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SW산업 생태계에서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솔루션회사, 컨설팅회사, 벤더는 각자 고유의 역할이 있다. 적절하고 효율적인 분업은 SW산업의 경쟁력,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매우 중차대하다. 대기업 참여 전면 제한이라는 규제를 혁신해서 생태계 참여자 모두가 주어진 소임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주사업자의 부당한 갑질도 근절되도록 공정거래 관행을 정착하는 등 조속히 SW산업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즉각적인 규제 혁신이 어렵다면 예컨대 8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에만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등 과도기적인 기지를 발휘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둘째 평가지표 등 발주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현행 SW기술성 평가 기준 지침에서 '상생협력'은 중소기업 컨소시엄 참여 비율이 사업 규모나 특성과 관련 없이 50% 이상이면 무조건 만점을 부여하고 있다. '하도급 계획 적정성'도 전체 하도급 금액비율(50% 이상 금지), 재하도급 여부, 개별하도급 금액 비율(10% 이하),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여부를 고려하면 '정량평가'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정성평가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혁신도 필요하다.
'상생협력 및 하도급' 평가부문은 SW기술성 평가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소기업 참여에 따라 '가점'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가점과 감점 처리를 하는 방위사업청의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수 SW업체도 육성하고 품질은 동일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용 절감도 가능해질 것으로 크게 기대된다.
셋째 직무 단가나 기능점수에 따른 금액은 인력난 등 SW산업 특성을 반영, 현실화해야 한다. 과거 특·고·중·초 등 등급별로 책정하던 시절보다 오히려 감소했는데 물가상승만을 감안하더라도 그 누구도 금액의 감소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금액 또한 SW 생태계를 위협하기 때문에 직무별로 등급화하고 기능별로 단가를 증액하는 것도 좋은 해법이 될 것이다.
새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기 회복, 청년실업 해소 등 성공하는 정부가 되길 기원한다. 전시행정이나 보여주기식보다 앞에서 언급한 SW산업의 차별 규제 혁신이 최우선 정책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규제 혁신은 기득권의 양보, 책임 소재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나라 역대 정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난제 중 난제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는 선진국도 있고 후진국도 있는 것이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jioh@dankook.ac.kr
〈필자〉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경대학장과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대 경영학 학사, 휴스턴대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프레어리뷰대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경영정보학회, 한국빅데이터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통령 자문 전자정부특위 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신한금융투자 해양환경공단 KERIS 등 비상임이사, 금융위의 신용정보집중기관 통합추진위 위원장, 기재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총괄 등을 지냈다.
저서인 도시와유비쿼터스융합은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CIO길라잡이와 인터넷비즈니스는 문화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관심분야는 제4차산업,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디지털혁신, 평가감리 등이다.
〈표〉 전자정부 수출 실적 (단위: 만 달러)
(자료: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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