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문체부 게임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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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서울 강남의 한 행사장 안으로 5살 남짓한 남자아이의 손을 잡은 아빠가 들어섰다. 아기띠를 앞으로 메고 우산을 받쳐 든 엄마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어린이를 위한 이벤트가 진행된 것일까. 귀여운 캐릭터 장식을 바라보며 아이보다 더 상기된 부모의 표정이 이채롭다.

지난 주말 진행된 한 온라인 PC 게임의 20주년 기념식 모습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게임을 즐기던 10대는 어느새 30~40대의 어엿한 사회인이 되고, 가정을 이뤘다. 부모와 자녀가 게임을 주제로 대화하고 같은 게임을 함께 즐기는 사례도 이제 흔히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시절 가슴 설레게 하던 게임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산업으로 성장,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콘텐츠의 연간 수출액은 17조7000억원에 이른다. 한류 열풍의 중심에 선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K-콘텐츠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 가운데에서도 게임은 전체 수출액에서 69.5%라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로도 15.2% 성장하며 전체 수출 규모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무역의날에는 3인칭슈팅(TPS) 게임 'PUBG: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 등을 제작한 크래프톤이 8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18년에 6억달러를 달성한 데 이어 3년 만이다. 이 밖에도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이스트게임즈, 111퍼센트 등 게임사가 각각 1억불·5천만불·7백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국내 시장에서의 활약을 넘어 수출 역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K-게임'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정작 정부로부터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 주요 현안에서는 게임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한류 성과로 제시된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등 사이에 게임이라고는 '오징어게임'이 전부였다.

문체부가 국회 전체회의에서 게임산업 진흥 정책을 발표했으나 잘못된 지표를 사용하는 등 허술한 대처로 빈축을 샀다. '게임 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장관의 약속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게임 산업 종사자와 게이머가 느끼는 허탈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중국 판호 문제부터 P2E(Play to Earn), 게임질병코드, 메타버스 등 게임 업계의 현안이 산적했다. 인도에서는 국민게임으로 자리 잡은 '배틀그라운드'가 갑자기 앱 마켓에서 퇴출하는 등 외부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이다.

게임이 지닌 문화적 영향력은 단순히 수출액 증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K-게임에 강점이 있는 온라인·모바일 게임으로 한국 문화를 접한 해외의 10대, 20대는 다시 20년 후 자녀의 손을 잡고 한국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K-콘텐츠 수출의 최일선에 선 게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홀대론'이 단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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