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콘텐츠' 해적판 극성"…국제 IP 소송 줄이을듯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국가 경제 제재로 해외 콘텐츠 유통이 제한된 러시아에서 부정상영과 불법복제품(해적판)이 횡행하고 있다. 자국과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에서 제작한 콘텐츠의 부정사용을 합법화하려는 정부 차원 움직임도 포착됐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러시아 영화관에서 디즈니의 '메이의 새빨간 비밀', 파라마운트의 '수퍼 소닉 2' 등 미국 제작사 작품이 상영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작품은 올 초 배급사에 의해 러시아 공급이 중단됐지만 현재까지 계속 상영중이다.

닛케이는 현재 복수의 러시아 영화관 웹사이트에서 이 같은 해외 영화 콘텐츠의 부정 상영 정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러시아 시장 철수를 결정한 넷플릭스 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의 상영 예고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닛케이에 따르면 작품 상영 예고 페이지에는 “영화관 홀을 대여한 이벤트 주최자가 제공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사실상 영화관을 빌려 해적판을 공개하는 형태다. '수퍼 소닉 2' 캐릭터 저작권을 관리하는 세가는 “콘텐츠 일부가 불법 공개됐다는 간접적 정보를 들었다”고 밝혔다.

일본 콘텐츠해외유통촉진기구(CODA)에 따르면 지난 4월 러시아 동영상 공유 사이트 '루튜브(RUTUBE)' 조회수는 600만건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이전에는 월 100만건 수준에 그쳤다. 경제 제재 등에 따라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게 된 시청자들이 루튜브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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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영상 공유 사이트 루튜브(RUTUBE)자료:루튜브 사이트 갈무리

닛케이는 러시아 정부가 한 때 차단했던 해적판 사이트 '루트래커'(RuTracker)가 지난 3월 갑자기 부활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이트는 지난 2015년 러시아 법원에서 불법 콘텐츠 유통 혐의로 영구 폐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닛케이는 러시아 정부가 경제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민의 부정 시청을 용인했을 수 있다고 봤다. 현재는 러시아에서 접속할 수 없는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3월 비우호국이 보유한 특허, 의장 등을 별도 동의 없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속속 러시아에서 짐을 싸는 가운데 SW의 해적판을 합법화해 자국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꼼수다.

닛케이는 IP 전문가를 인용해 이 같은 콘텐츠 부정이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기업이 실태를 발표하는 것은 물론 국제 소송 등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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