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발주한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담합한 업체 10곳이 적발됐다. 정부는 아파트 유지·보수 부문에서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만성화돼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송파 헬리오시티아파트 출입보안 시설, 인천 만수주공 4단지 아파트의 열병합발전기 정비공사, 청주 리버파크자이아파트 알뜰장터 운영 등 3건의 입찰에서 담합한 10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19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아파트너'는 2019년~2020년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인 송파 헬리오시티아파트가 발주한 출입 보안시설 납품 및 설치업체 선정 입찰에서 '슈프리마'를 들러리로 세워 낙찰을 받았다.
아파트너는 당시 다른 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했지만 이후 발주된 추가 공사에서 선행 공사를 통해 얻은 기득권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1월 안면인식기 등 추가 설치 입찰에서 다른 업체가 낙찰받자 기존 입주민 정보와의 연동을 거부해 공사를 무산시키고, 이후 재공고된 입찰에서 다른 업체가 낙찰받으면 기술지원비 명목으로 2500만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아파트너는 정보통신공사업자 자격이 없어 재입찰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이 사업을 낙찰받은 제3의 업체와 하도급계약을 맺고 실제 공사를 수행했다. 공사 무산과 재입철 과정에서 공사 계약금은 3690만원에서 4346만원으로 상승했다.
공정위는 “통상 발주처가 민간기업이면 공공기관보다 중대성을 약하게 평가하지만 비용 부담주체는 입주민이고 계약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사무소로 달라 입주민이 피해를 인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제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2018~2021년 인천 만수주공 4단지 등이 발주한 9건의 열병합 발전기 정비공사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 들러리, 입찰가격 등을 합의한 아람에너지에 과징금 1200만원을 부과했다. 나머지 2개 사업자는 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청주리버파트자이아파트가 발주한 알뜰장터 운영업체 선정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입찰가격을 합의한 5개 소규모 업체에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이번 제재를 계기로 아파트 발주 공사 및 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 담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개선 필요성을 건의해 국토교통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아파트 관리비는 노후화와 편의시설 확충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공동주택 관리비와 발주 공사·용역 규모는 각각 22조9000억원, 7조7000억원에 달했다. 아파트 발주 공사 입찰담합은 참여업체 간 수평적 들러리 합의와 특정 업체와 발주처 간의 수직적 유착관계가 중첩돼 발생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와 국토부는 매년 3월과 10월 조사 대상 아파트를 선정해 합동조사를 벌이고 ㅇ비찰방해와 배임 혐의가 확인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일회성으로 이뤄지던 조사를 통합해 정례화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웹사이트에 유사한 아파트 간 공사비 비교 검색 기능을 추가하고 입찰 참가 업체의 입찰 기록도 검색해 직접 공사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연말까지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개정해 입찰 참여 때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경우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입찰 참여 업체가 주택관리업자의 계열사라면 이를 입찰 서류에 표시하도록 해 이해상충을 막을 예정이다.
정신기 공정위 민수입찰담합조사팀장은 “이번 조치는 만성적 생활 밀착형 불공정 분야인 아파트 유지보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담합을 제재하는 한편 공정위와 국토부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