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미디어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료방송을 비롯한 이른바 전통적 미디어와의 치열한 경쟁이다.
코드커팅으로 대변되는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는 유료방송업계를 둘러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콘텐츠 제작·제공 사업자, 광고주와 전송 플랫폼 사업자로 이뤄진 전통 다면시장에서 역학구도 붕괴를 가져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방송사업자 입장에서 과연 실시간 위주의 레거시 미디어가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불어오는 OTT 열풍을 견디어 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폭풍속에서 견딜 수 있는지 등 현재 미디어업계에서 벌어지는 논의의 초점이 여기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가지 스포츠 중계 관련 기사에서 우리는 이 논의에 대한 조그마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얼마전 실적 발표에서 시청률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결승전과 같은 주요 메이저 경기 시청률은 지난해보다 각각 22%, 84% 증가했다. 시청률 증가는 ESPN 2분기 프라임타임 시청률이 22% 상승하는 데 도움을 줬고, 2014년 이후 최고 황금시간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NHL 모든 경기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중계했지만 라이브 스포츠중계가 일관되게 실시간 방송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다양한 경기와 이벤트로 실시간 중계 시청률 두 자릿수 증가는 스포츠가 한결같이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아이템임을 보여 준다
ESPN은 OTT 플랫폼 ESPN+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ESPN에서 시청하지 못하는 경기를 ESPN+를 통해 중계하는 등 전통 미디어와 OTT의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효과를 내고 있다. 윔블던 테니스 경기 중계 시 센터 코트 경기는 ESPN, 다른 코트 경기는 ESPN+에서 각각 중계하는 식이다. ESPN+ 시청을 위해 별도 구독을 해야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콘텐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인 싱클레어가 드디어 RSN(Regional Sports Network)+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RSN은 지역 스포츠 중계를 하는 채널로 케이블 기본형 채널로 구성돼 유료방송 가입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RSN+ 출범은 OTT 열풍에 더해 유료방송 가입자 해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또 애플TV+ 최근 움직임에서도 스포츠가 전통 미디어뿐만 아니라 OTT 경쟁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애플은 10년 동안 미국프로축구(MLS) 경기 독점중계 계약을 체결했다. 모든 1부리그(MLS; Major League Soccer) 경기를 애플TV 앱을 통해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중단된 빅텐 대학 경기 중계권 협상도 재개되고 있다.
일부 경기지만 미식프로축구(NFL)·미국프로야구(MLB)에 이어 미국프로축구(MLS)와 미국 대학경기까지 폭넓게 중계권을 공격적으로 확보한 애플의 움직임은 스포츠 중계권이 전통적 미디어와 OTT, OTT 상호 간 경쟁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대변한다.
전통 유료방송 입장에서는 실시간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뉴스와 스포츠 중계를 통해 가입자 유지를 해야 함에도 빅테크 기업의 엄청난 자본력으로 중계권 확보에 나서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CNN+ 실패로 뉴스는 쉽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지만 스포츠는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임이 확인되고 있다.
ESPN이 보여 준 시청률 상승은 미디어시장에서 콘텐츠와 시청자 수요 파악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 준다. 물론 인기 메이저 경기의 영향이 컸지만 한편으로 ESPN과 ESPN+를 통해 제공하던 다양한 콘텐츠도 시청률 상승 견인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점차 파편화돼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청 행태는 질 좋은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 요구하고 있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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