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온세미'의 한국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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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반도체 업체 온세미가 한국에 차세대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공장과 첨단 연구소를 건설한다. 투자액이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세계 2위 전력반도체 업체가 한국에 대규모 시설을 투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해외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 집중했다. 한국 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반도체를 팔면서도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온세미 투자는 첫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 투자에 인색하던 해외 반도체 기업이 정책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온세미는 국내 업체에 차량용 SiC 전력반도체를 공급한다. SiC 반도체는 실리콘 전력반도체 대비 10배의 전압과 수백도의 고온을 견디는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다. 기존 반도체의 10분의 1 크기로 초소형화됐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SiC 전력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 생산과 연구시설을 운영하면서 국내 고객사와 활발한 신제품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강국 한국에서 온세미도 시장 확대와 기술 경쟁력 제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윈윈게임'이 가능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온세미 투자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외와의 협력으로 나아가면 금상첨화다. 국내 소부장 업계도 메모리 중심에서 전력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쪽으로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온세미는 이미 3500억원 규모의 한국 소부장 구매 계획도 밝혔다.

타이밍도 좋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에 SiC 반도체 탑재를 늘리면서 한국이 전력반도체 산업의 투자 메카로 떠올랐다.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36만대로, 오는 2030년까지 187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SK, LX 등 대기업도 전력반도체 분야로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실트론은 SiC 반도체 웨이퍼를 제조하고 LX세미콘은 방열 기판을 생산한다.

국내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에스티아이, 에스테크는 SiC 반도체 소재 장비를 개발하고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외산 장비 일색인 SiC 반도체 소재 성장 장비를 국산화했다. 울프스피드, 투식스는 국내 SiC 전력반도체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SiC 전력반도체 세계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 조사업체 욜디벨로프먼트는 2025년에 26억달러로 지금의 4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시장에서 미미한 한국 전력반도체와 소부장 산업이 온세미 투자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최종 고객사인 자동차 업계와 관계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온세미 투자가 성공해야 제2, 제3의 한국 투자 러시가 이어질 것이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