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늦은 가을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에서 진행된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에서 밤을 지새우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던 학생들 모습에 감동한 적이 있다. 이후 두 차례 더 치러진 대회에서 참여 학생이나 대학은 달라졌지만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이들이 경진대회에 참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2020년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 관련 설문조사 결과 대회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이 자율주행차량을 마음껏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량이 실제 도로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임시운행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에서 자율주행 임시운행허가를 취득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또 시뮬레이터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난 후 실차 검증은 필수적이나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매우 한정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는 참가 대학에 참여 기간 원하는 만큼 자율주행차량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매 대회 국내 20여개 대학이 참가를 원하고 있다. 제5회 대회까지 총 411명의 인재를 배출하는 등 국내 최대 자율주행 인력 양성을 위한 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2004년부터 자율주행 인력 양성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회를 여는 움직임이 있었다. 2004년 다르파 챌린지와 2007년 어번 챌린지에 참여한 팀은 지금 자율차 시장을 선도하는 웨이모, 우버 등을 창립했다. 최근 CES 2022에서 미국 최대 카레이싱 '인디애나폴리스500마일'이 고성능 차량 'Dallara IL-15'를 활용한 자율주행 레이싱 대회를 개최하는 등 고성능 미래자동차 전문인력 양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자동차 산업은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래자동차 분야의 산업기술인력은 2030년까지 총 10만7551명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할 때 3만5000여명이 더 필요한 것이다. 이에 미래자동차 관련 벤처·중소기업을 비롯한 대기업도 미래차 분야 인력 공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도 미래차 분야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미래자동차 전문인력 3만명을 양성하기 위한 지원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자동차 R&D 전문인력양성 중심에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가 있다. 이 경진대회는 기업이 원하는 자율주행 실차 기반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한다. 2017·2018·2020년 대회 출신 졸업자 과반수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자율주행 관련 기업에 취업하는 성과를 냈다.
경진대회는 매 대회 학생들의 도전 의식을 고취하고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신기술을 도입하고 난도를 높이는 등 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인력을 양성하려고 한다. 2017년 제3회 대회에서는 전역경로설정(GPP) 및 차량제어 미션을 중점적으로 다뤘고, 제4회 대회에서 국내 최초로 대구 수성 알파시티에서 차량통신 인프라가 연계된 실도로 기반 경진대회를 진행했다. 올해 제6회 대회에서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일반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반영된 미션을 추가하는 등 대회 수준을 지속해서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에는 경진대회를 통해 대학의 지속 가능한 연구를 지원하고 기업 눈높이에 맞는 자율주행 핵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자율주행 생태계를 그려 나가고자 한다. 대학에는 연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기업에는 실차 기반의 자율주행 연구를 경험한 핵심 인력을 공급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대학과 기업을 연계할 방안 만들기에 집중, 자율주행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앞장서 나갈 방침이다.
성명호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장 mhsung@kiap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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