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폭우·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며 홍수와 가뭄이 더 빈번해졌다. 그러나 서낙동강, 평강천, 맥도강 등 3개 국가하천으로 둘러싸인 '부산 에코델타시티(EDC:Eco Delta SmartCity)'는 남해로 흘러가는 물줄기에 평온함이 엿보인다. 고정밀 소형 강우레이더가 기존 대형레이더와 연계 운영돼 강우예측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국지성 호우를 사전에 탐지해 도시침수를 예측하고 예·경보에 활용한다. 200년 빈도 재해·재난 상황을 인프라 설계단계부터 반영해 억지력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 중인 물 특화 도시 '부산 EDC' 찾아 기후위기 시대 스마트시티 미래를 가늠해봤다.
부산역에서 서쪽 방향으로 30분가량 내달리니 을숙도를 지나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부산 EDC'가 등장했다. 두 개 강과 하나의 하천이 만나는 부산 강서구 세물머리 삼각지에 들어선 이곳 '친환경 수변도시' 면적은 1176만9000㎡(약 356만평)로 여의도의 4.1배에 달한다. 정부 예산 6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부산 EDC에는 약 3만 세대(7만6000여명)가 입주한다.
김진 수공 스마트시티처장은 “인근 김해국제공항, 부산신항 등 바다·하늘·육지를 연결하는 동남권의 교통 요충지”라면서 “서낙동강·평강천·맥도강 등 3면 수변공간을 활용한 친수사업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수공은 2012년 '친수구역 조성 사업'을 시작했고, 2019년 물·에너지 특화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에 본격 돌입했다. 기존 자연자원 보전·활용을 극대화해 도시를 설계했다. EDC 내 필요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친환경수처리 '에코필터링' 기법을 도입, 물순환공원도 조성한다. 자연여과, 천변습지 등 자연정화기능을 갖춘 저류공간을 조성해 하천수질을 개선하고 상수원으로 활용한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해 △저탄소 친환경단지 조성 △녹색교통 활성화 △신재생에너지 활용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등 '탄소중립 스마트도시'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단지는 서낙동강, 평강천 수변환경을 활용해 도시 기온변화 효과를 분석하고 수열 에너지를 공급한다. EDC 전력 수요량 460㎿ 중 약 35% 이상을 수소 연료전지발전으로 공급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률도 높일 계획이다.
교통망은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친환경 수송 수단인 트램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지하철역과 환승해 부산 전역과 접근성도 뛰어나다. 수소 충전소, 전기차 충전시설도 확충해 친환경차 보급률도 높인다.
국내 최대 도심 습지와 공원녹지로 307만8000㎡에 달하는 탄소흡수림을 조성해 탄소흡수량을 약 2435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 옥상녹화 등 건축설계로 탄소흡수원을 158만7000㎡ 추가할 방침이다.
수공은 이미 세물머리에 리빙랩 '스마트빌리지'를 준공해 실제 시민 생활 공간에서 다양한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스마트빌리지는 스마트시티 내 첫 입주 단지로 입주민들은 40여개 혁신기술을 실제 체험하고 개선에 참여한다. 대국민 공모를 거쳐 선정된 입주민들은 작년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5년간 관리비만을 부담하고 무상 거주 중이다.
이상종 수공 부산에코델타시티사업단장은 “스마트빌리지는 56세대 블록형 단독주택 단지로 단지 전체의 에너지를 모두 태양광, 수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만 냉난방하는 에너지 100% 자립 단지”라고 강조했다.
스마트빌리지 인근에는 19개 스타트업, 산학연구기관 등이 입주하는 '어반테크하우스'도 함께 운영 중이다. 어반테크하우스는 리빙랩 프로그램에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 도입된 기술을 실증·개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운영한다.
EDC는 △도시형 고정밀 강우레이더 △실시간 도시홍수 통합관리시스템 △저영향개발 기술 등 '스마트 물재해관리 기술'을 앞세워 기후 위기 시대 홍수·가뭄 등 재해·재난을 극복할 실질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정호 수공 상임이사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EDC를 직접 찾아 체험하는 등 상수도, 댐을 넘어 스마트시티 차원에서 협의를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