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지의 원자력 발전 전문가가 탄소중립으로 원전이 재조명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에 원전 산업을 지탱하던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이 개발되면서 원전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릴 몰리나(Cyrille Molina) 오크리지(Oakridge·원전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한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나라들이 원전 사업을 중단했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해 각국 정부의 원전에 대한 방침이 다시 선회하고 있다”면서 “탄소중립이 대두되면서 화력발전소를 SMR가 대체할 발전원으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몰리나 대표는 특히 SMR가 기존 원전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도 했다. SMR는 용량300메가와트(㎿) 이하의 출력을 가진 모듈형 원자로를 의미하는데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고 모듈형 구성으로 다양한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또 공장 기반으로 대량 생산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상 정부가 고객인 대형 원전과 달리 기업이 제조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몰리나 대표는 “대형 원전이 정부나 국유 공기업이 소비층이었다”면서 “SMR는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사기업도 살 수 있고 제조현장에서도 살 수 있는 등 소비층이 넓어졌고 도서벽지나 (규모가) 작은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SMR는 특히 건설과 인·허가 기간이 7~10년 정도로 긴 대형 원전과 달리 빠르게 보급될 수 있다. 또 각국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형 원전을 주목하지만 대형 원전은 기존에 퇴역하는 원전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만 건설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대형 원전이 상업운전까지 도달하기 위해 장기간 기다려야 하는데 SMR가 그 사이 기간에 활발하게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몰리나 대표는 “SMR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아주 좋은 옵션”이라면서 “대형 원전은 (건설까지) 빨라야 7~8년, 오래 걸리면 10년 넘게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SMR를 빠르게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원전을 확대하던 세계 주요국은 이제 SMR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 등 국가가 SMR에 주목하고 있고 프랑스도 SMR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소형모듈화(SMR) 원전에 10억유로(약 1조37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몰리나 대표는 SMR를 빠르게 보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각국의 인·허가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마다 SMR 인·허가 규제가 다르면 SMR이 경제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SMR 경제성이 확보되려면 많이 판매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면서 “SMR 규제 논의가 본격화하면 한 나라에서 인·허가를 받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프랑스)=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