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으로 관광사업이 기지개를 펴는 가운데 글로벌 호텔 TV 시장을 두고 LG전자와 삼성전자의 1등 경쟁이 치열하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호텔 등 숙박시설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추격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수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호텔 전용 솔루션 탑재 TV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며 경쟁 구도를 이어갔다.
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호텔 TV 시장(호텔 전용 TV와 일반 TV 구매 합계)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LG전자가 32.3%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삼성전자(32.1%)가 불과 0.2%포인트(P)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호텔 TV 시장 1위 자리는 오랫동안 삼성전자 차지였으나 지난해 LG전자가 역전했다. 2017년 시장점유율 27.8%였던 LG전자는 지난해 32.8%를 기록, 같은 기간 37.3%에서 29.3%로 내려간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등극했다. 이후 올해 1분기에는 양사 모두 32%대 점유율을 올리며 다시 박빙의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장기간 2위였던 LG전자는 LCD와 OLED에 이르는 폭넓은 라인업과 TV 운용체계 '웹OS'의 사용 편의성을 앞세워 호텔 TV 시장을 적극 공략해 1위에 올라섰다. 웹OS는 콘텐츠 관리(웰컴메시지, 시설안내 관광정보 등 송출), 보안(유료콘텐츠 무단 복사 및 배포 방지) 등 다양한 솔루션과 결합해 호텔 관리자와 투숙객들을 위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서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 '알렉사'와 연동하는 호텔 TV 솔루션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호텔 TV 전용 라인업을 운영 중이다.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프리미엄, 스탠더드로 구분된다. 호텔 등급에 따라 맞춤형 제품을 제안한다. 삼성전자 호텔 TV에는 전용 소프트웨어(SW) '링크 클라우드 솔루션'이 탑재됐다. 호텔 운영에 최적화된 올인원 플랫폼으로 룸 관리, 익스프레스 체크 인·아웃, 디지털 컨시어지(룸서비스 등), 넷플릭스 서비스, 주변 관광지 등 광고 기능이 탑재됐다. 또 객실 TV를 통한 사용자 사용 패턴 분석이 제공된다. 삼성전자는 호텔 전용 솔루션이 탑재된 TV 부문에서는 지난해 42.9%, 올해 1분기 44.2%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LG전자는 같은 기간 40.5%, 42%로 2위를 기록했다.
호텔 TV는 숙박시설에서 객실마다 들여놓는 TV로 일반 TV와 달리 방송뿐만 아니라 내부 시설, 주변 관광지 소개 등 호텔에 특화된 콘텐츠를 공급하는 기업간거래(B2B) 시장 대표제품이다. TV 제조사가 호텔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고 서버와 망을 구축·운영해 일반적인 소비자거래(B2C) TV 사업보다 대당 수익이 높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고급 호텔에 TV를 공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호텔 투숙객에 대한 브랜드 노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TV업체의 호텔 공략은 큰 의미를 갖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라고 말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07만2000대 규모였던 세계 호텔 TV 시장은 오는 2025년 463만4000대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엔데믹에 관광 산업이 재개되며 호텔 등 시설 투자가 가속화되는 것도 호텔 TV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