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고물가 시대에 대응해 '40대 필수상품'을 선정하고 상시 최저가에 판매한다. 매일 오전 가격 모니터링을 통해 최저가를 책정하고 고객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가격 비교 대상으로는 e커머스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사를 정조준했다. 롯데마트도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유통업계 전반에 가격 경쟁이 확산될 양상이다.
4일 이마트는 고객이 많이 구매하는 주요 상품 가격을 인하해 상시 최저가로 제공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속에 '낮은 가격'이라는 할인점업의 본질을 강화해 물가 방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는 40대 필수상품을 선정했다. 가공식품 17개와 신선식품 7개, 일상용품 16개 등 고객이 주로 구매하는 40개 상품을 필수 품목군으로 정하고 각 대표 상품을 업계 최저가로 판매한다. 이들 상품은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물론 쿠팡 직매입 판매가보다도 저렴하게 책정한다.
이를 위해 매일 오전(9~12시)마다 경쟁사 가격 동향을 확인하고 판매가를 최저가로 낮춘다. 가격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 가격 인하를 실시해 상시 최저가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이마트 매장뿐 아니라 SSG닷컴 이마트몰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격 조정 첫날인 4일에는 40대 품목 평균가가 전일과 비교해 13.0% 낮아졌다. 상품별 최대 인하폭은 50.6%에 달한다. 계란은 10%, 양파는 45% 인하됐다. 코카콜라, 신라면, CJ햇반 등 주요 가공식품도 가격을 내렸다. 회사 측은 상품별 최대 행사 할인율을 감안해 평상시 행사가보다도 저렴하게 판매가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마트는 500개 상품을 선정해 일주일 단위로 최저가 관리에도 나선다. 14일부터는 2주 간격으로 구매 수요가 큰 상품 중 단기간 가격이 급등한 10대 상품을 선정해 최저가로 낮춘다. 상시 최저가 원동력은 매입 경쟁력이다. 이마트는 주요 상품을 대량 매입하고 산지를 다변화해 상품 최저가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말까지 최저가 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이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연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이번 '가격의 끝' 대상 품목의 경우 경쟁사보다 가격이 높을 경우 차액을 적립해주는 '최저가 보상 적립제'는 적용하지 않는다. 매일 오전마다 모니터링을 통해 가격을 실시간 조정하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지속적 최저가 관리를 통해 고객에게 '이마트에 가면 필요한 상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기조 속에 최저가 경쟁이 재점화되면서 경쟁사 대응도 분주하다. 롯데마트는 3월부터 강성현 대표 주도로 물가안정 TF를 본격 가동했다. 롯데마트가 고물가 시대 최후의 가격 방어선이 돼야 한다는 강 대표 특명에 따랐다. 롯데마트 프라이싱팀은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에 차지하는 생필품 500여 품목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매주 목요일 또는 필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 수준을 평가해 매가를 조정한다.
또 주 단위 행사에서 인상이 예상되는 품목은 회사 자원을 투입해 물량 확보 및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정재우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판매가 상승을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가격 최종 방어선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