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이익률 50%의 비밀

일본에서 소니와 소프트뱅크보다 평균 연봉이 높은 '신의 직장'은 따로 있다. 제조업을 영위하는데 영업이익률이 50%를 가볍게 웃돈다. 기업간거래(B2B) 업계 전설로 불리는 키엔스다. 일본 시가 총액 2위 키엔스는 공장 자동화에 쓰이는 센서나 측정 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키엔스를 처음 알게 된 건 부품업계를 취재하면서다. 국내의 많은 부품업계 사장들은 일본 키엔스를 연구하기에 바빴다. 사업 영역과 제품이 완전히 다르지만 B2B 제조업 시장에서 50%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건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것이었다. 키엔스는 한국 시장에서도 공장자동화 부품 1위다.

키엔스와 직접 일을 해본 한 부품 업체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결을 알 것 같았다. 키엔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점을 빠르게 간파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제안한다고 한다. 경쟁사보다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이 제안한 부품 그 이상을 제공한다. 키엔스가 만든 부품 가운데 70%가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은 건 다 이유가 있다. 역으로 고객사의 잠재적 요구(니즈)까지 알아채 새로운 제안을 한다. 세계에서 고객사 요구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하는 B2B 기업이다. 키엔스와 단 한 번의 미팅을 했을 뿐인데 이미 전사적으로 해당 기업을 분석, 최적의 부품을 제공하려는 모습을 보고 국내 부품사 대표는 무릎을 쳤다고 한다.

키엔스 사례는 국내 부품업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국내 전자 부품업계는 특정 고객사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짰다. 고객사가 원하는 기능, 소재, 디자인 그대로 부품을 생산해서 공급했다. 소모품 하나까지 고객사가 정해 줬다. 주도적이기보단 수동적이었다. 오랜 기간 이런 사업 구조가 관성처럼 굳어졌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디바이스가 등장할 것이다. 부품업계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주도적이고 자체적인 경쟁력을 쌓는 일이다. 키엔스만 따라한다고 해서 영업이익률 50%를 달성할 순 없다. 그러나 같은 B2B 기업으로서 고객과 시장을 대하는 기본 태도는 분명 배울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메타버스·로봇·자율주행차 시장에서는 차원 다른 부품 공급망관리(SCM)가 요구된다. 경쟁사는 만들 수 없는 독보적 기술과 부품 개발은 기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사도 알지 못했던 잠재 요구 사항을 간파해서 최적화한 부품과 서비스를 제안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차별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꿈의 숫자' 영업이익률 50%는 쉽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Photo Image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