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만에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 모여
6월 물가·금리 인상 여부 발표 앞두고 정책 공조 논의
윤석열 정부 경제원팀이 물가 발표와 금리 인상을 앞두고 18일 만에 다시 모였다.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참석자들은 지난번 회동과 달리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소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재정과 통화, 금융당국 수장이 모인 것은 지난달 16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18일 만이다. 지난달 회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이후 이뤄졌다. 이들이 다시 모인 것은 지난 회의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에너지 수입 증가로 무역수지는 적자를 봤다. 5일 발표를 앞둔 소비자물가는 6%대를 예고했다. 앞서 한은이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2012년 4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은 현 상황을 '복합위기'로 규정하고 재정·금융·통화정책 일관성을 위해 적극 소통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현재의 복합 경제위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상한 경계감을 가지고 주요 이슈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물가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오는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금리 0.5%P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이 '금리 상승기 리스크 선제 대응'을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윤석열 정부 출범 2개월도 안돼 네 번째 회동을 했다. 이날 회동에 앞서 지난 5월 16일 새 정부 출범 직후 단독 회담을 했다. 지난달 14일엔 추 부총리가 서울 중구 한은 본관을 찾아 이 총재와 비공개로 만났고, 같은 달 16일엔 거시경제금융회의(거금회의)를 열었다. 공식 회의 외엔 만남을 자제했던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4번의 만남 중 2번 동참했다. 지난달 거금회의에 이어 이날 조찬 회동도 함께 하면서 정책 공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 등은 만남 때마다 '원팀'을 강조하며 정부와 한은이 한몸임을 천명했다.
추 부총리는 이 총재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가 만나는 것이 뉴스가 안 되도록 만들겠다”며 “앞으로도 수시로 만나서 경제 관련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의 전문가와도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며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소통한다고 독립성이 저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정책 공조를 결의했지만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40년 만의 물가 상승을 극복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사용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떄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추 부총리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서면으로 자료를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달 회의 직후 공식 질의응답을 진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총재도 “다음주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가 있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금통위가 끝난 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