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분류심사조차 없는 게임... 셧다운제 같은 사회적합의 필요

미성년 유해 콘텐츠 차단 목적
성인 이용자 권리 침해 부작용
과도한 사전검열 탓 개발 의욕 저하
등급별 허용 기준 확립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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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마사지' 지역락 사건을 계기로 게임 콘텐츠의 자유로운 창작을 막는 구시대적 사전검열 제도가 바뀌어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본지 6월 29일자 21면 참고)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사전검열과 성인도 성인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의 불합리함을 개선할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지 않아 지역락 처분을 받은 오크마사지가 등급분류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오크 마사지 개발사는 “한국 심의 과정은 폰(성인물) 콘텐츠를 받지 않아 등급분류를 신청하는 방법조차 어렵다”며 “우리는 구매고객에 한국어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고 스팀 외 스토어에서도 게임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 사전검열제도인 게임물등급분류제도는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 등 기준으로 게임물을 평가한다. 선정성 항목이 있지만 성기노출이나 성행위를 포함한 성인물은 애초에 심의 대상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현행법상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대법원 판례에 준해 불법으로 판단한다.

오크 마사지는 분명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성인인증이 없는 스팀에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역락을 걸었다. 하지만 성인도 성인게임을 애초에 즐길 수 없게 만들어놓은 구시대적 제도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등급별 허용기준을 명확히 하지는 주장도 있다.

등급분류제도는 '바다이야기' 때문에 등장했다. 그래서 국내 심의제도는 유럽 PEGI, 미국 ESRB 등 해외 게임 심의기구가 자율 규제로 출발한 것과 달리 강제성이 높다. 과하게 경직된 경향도 있다. 국내 다른 콘텐츠에 비해서도 사전심의 수준이 높은 편이다. 법으로 게임에 대한 사전심의를 의무화한 곳은 한국 외에 중국, 태국과 나치 콘텐츠 리스크가 높은 독일 정도다.

등급분류제도는 산업 성장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지난 2010년 국내 심의제도 때문에 자사 오픈마켓 내 게임 카테고리를 폐쇄했다. 페이스북은 등급분류 문제로 2014년 8월부터 현재까지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2010년과 2019년 두 차례, 비영리 목적으로 만든 개인 게임도 등급분류를 받아야 해 창작 토대를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드래곤나이트4'나 '동급생' 같은 시간이 지나도 명작 반열에 올라있는 니치마켓용 게임 개발자체가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 이용자 모두 사전심의·검열 존치 필요성을 심층 재고해 규제법령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데 입을 모은다.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게임의 유통은 허락하되 합리적인 방안을 찾자는 설명이다.

업계관계자는 “심의를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등급분류제도를 홍보하기만 하는 잘못된 심의구조 개편에 나서야한다”며 “진정 유해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셧다운제처럼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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