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시대를 맞아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P) 인상)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자 이자 부담 급증은 걱정거리다.
벌써 올해만 금리를 3번 올린 한은이 남은 4번의 금통위에서 전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시장에선 특히 다음 달 13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의 박석길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P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씨티도 7월 빅스텝 후 남은 금통위에서 0.25%P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3%대는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치솟는 물가가 빅스텝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5.4%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 달 5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6월 물가는 이보다 더 높은 6%대를 바라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흐름도 심상치 않다. 지난 23일 2009년 7월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 1300원을 뚫었다. 현재는 다시 1280원대로 내려왔지만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미국 기준금리와 '키 맞추기'를 하지 않으면 환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반면 빅스텝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망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한은이 0.25%P 이상 금리 인하를 한 적은 있지만, 0.25%P 이상 금리 인상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의 기본 전망은 아니지만 만약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6%대 영역에 진입할 경우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문제는 금리를 올리면 당장 대출자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이미 가계대출 금리가 연 6%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라 8%대 대출이자를 보게 될 수도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1%P 오르면 전체 대출자 이자 부담이 현재보다 13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이창용 총재는 지난 물가설명회에서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이은 금리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